‘낙태 찬성론자’이자, ‘동성애 옹호론자’인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수 성향의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는 물론 가톨릭 교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미국의 종교 전문가 스티븐 왈드맨(Waldman)은 월 스트리스 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오바마 당선자를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 이레 공식석상에서 신앙고백을 거침없이 한 유일한 민주당 지도자”라고 묘사하고 오바마 당선인이 진보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오하이오 등 복음주의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표밭에서까지 승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낙태 법적으로는 허용하되 현실적으로는 감소 대안제시
오바마 당선인은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 교인들이 가장 꺼려하는 낙태 문제와 관련 대통령에 취임하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혀 선거운동 초반에는 이들 그룹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받아왔다. 일부 복음주의계열 지도자들과 가톨릭 주교들은 공공연히 ‘낙태’ 문제를 대통령 선출의 첫째 현안으로 꼽아야 한다고 교인들에게 강조하기도 했으며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하나님의 편에 선 후보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당선인은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면서도 피임 교육 강화와 미혼모에 대한 재정지원 등의 공략을 내세워 임산부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낙태의 빈도를 현재보다 감소시키겠다는 대안을 제시해 이 그룹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고 왈드맨은 평가했다.
공식석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신앙고백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을 제외하고 오바마 당선인처럼 공식적으로 신앙 고백을 했던 민주당 지도자는 없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종교에 관련한 언급을 하지 말라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편협한 행위”라며 “신앙은 말 그대로 개인이 가지는 믿음의 문제인데 일부 미국인들 중에는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광신도’와 동의어인 것처럼 생각하고 ‘신앙’을 ‘정치’와 배치되는 말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해왔다.
명연설로 꼽히는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민주당원의 나라에서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We worship an awesome God in the blue states”고 표현해 지지자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자유로운 성향의 기독교인들로부터 지지 얻어
오바마 당선인은 일년에 열번 미만 예배에 참석하는 이들로부터 61%라는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 냈는데 이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38% 보다 23% 앞서는 수치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같은 그룹에서 54%의 지지를 받았었다.
가톨릭 교인들의 지지율 갈수록 증가 뒷심 발휘
오바마 후보는 카톨릭 교회 성도들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출구 조사결과 나타났다. 가톨릭 성도 중 오바마에 투표한 이들은 54%로 매케인에 투표한 45%보다 9% 많았다. 2004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가톨릭 교인들로부터도 52% 지지를 받아 존 케리 후보(46%)에 6% 앞섰다.
백인 가톨릭 교인들로부터도 큰 지지를 받은 것으로 출구 조사결과 나타났는데 조지 W 부시 현 미국대통령이 56%로 존 캐레 후보에 13% 앞섰던 것에 반해 오바마 당선인은 49%를 확보 51%의 지지율을 보인 매케인 의원과 2%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오바마 당선인이 낙태문제에서 가톨릭 교인들과 배치되는 주장을 해 온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도 갈수록 늘어
복음주의자들과 본 어게인 크리스천들의 지지도 갈수록 높아졌다. 출구 조사 결과 복음주의자와 본 어게인 크리스천 중 오바마에 투표한 이들은 25%로 선거초반 10% 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진보성향의 정치 전문가는 “오바마가 복음주의자의 밭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