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도교’ ‘한국교회의 영원한 목자상’ ‘고아들의 아버지’ ‘참 복음주의의 실천자’ ‘20세기가 낳은 한국의 가장 뛰어난 목사’ 한국교회 명설교가이자 청렴목회의 산 증인 한경직 목사를 두고 한 말이다.
지난 5일 숭실대 교목실 주관으로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는 개교111주년기념 제12회 한경직 목사 기념강좌를 개최됐다. 이날 주제강연에 나선 김진영 박사(서울장신대학교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설교 중 구약해석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 박사는 특히 한경직 목사가 강단에서 예언자적, 대사회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 “한 목사도 소극적이나마 시대적 목소리를 냈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 박사는 발제에 앞서 “한 교회의 담임목회자로서 실제 사역 기간동안, 강단과 목회현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던 설교에서 구약 본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하며 묵상하고 해석하였는가를 보여줌으로써 한국 교회의 목회자와 설교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연구 동기를 밝혔다.
그는 한경직 목사의 구약본문 활용형태를 ▲구약본문의 중심구절을 설교의 시작과 끝부분에서 읽음으로써 설교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경우 ▲설교를 마무리할 때 구약본문을 인용문으로 사용하는 경우 ▲구약본문의 중심구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설교를 진행하는 경우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눴다.
이어 구약해석 원리로 한경직 목사의 ▲성경을 성경으로 해석 ▲공감(共感)하는 마음으로 해석 ▲성경으로 시대를 해석 ▲기독론적으로 성경을 해석 등을 들었다.
김 박사는 특히 “(한경직 목사가)구약본문으로 시대의 현실을 해석하는 특징이 두드러졌다”며 “이러한 해석에 있어 그 대상의 폭은 현대 인류와 세계사로부터 한민족과 한국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의 설교는 한경직 목사가 세계 속의 한국을 생각하며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사적 관점에서 한국사를 엮어가려 했는지 짐작케 해준다. “..그러나 요나는 배 밑에서 깊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보면 사실 이 깨어져 가는 배 같은 세계를 구원해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애를 쓰는 것을 우리가 봅니다. 혹은 유엔을 통해서...어떻든지 이 배를 평화롭게 보존해 보려고 많은 세계의 정치가들이 머리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이 때야 말로 잠잘 때가 아닙니다. 한국의 정세로 보나 세계의 정세로 보나 어떤 모로 보든지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죄악의 잠을 깨어서 내 책임을 감당할 위기입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깨어야 되겠고, 내가 내 민족을 위하여 깨어야 되겠고, 세계를 위하여 깨어야 되겠습니다.『한경직 목사 설교 전집 2권, 400,405쪽』
한 목사에게는 종교를 말하고자 할 때 민족과 세계를 뛰어넘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이는 다음의 설교문에서 잘 나타난다. “...그러면 어떠한 종교에 귀의할 것이냐? 이 종교는 우주시대를 건질 만한 종교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이 종교는 먼저 민족이나 국경을 초월한 세계적 종교이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이와 같은 종교는 전 인류를 포섭할 수 있는 사랑의 종교...세계에 이런 종교는 오직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기독교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우주를 사랑하셔셔 독생자를 주셨은즉 누구든지 저를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을 것입니다”『한경직 목사 설교 전집 3권, 423쪽』
한 목사가 성경을 시대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보여준 이 같은 설교자료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한경직 목사에 대해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설교자로서 대사회적인 예언적 설교의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데에 반박할 만한 근거가 될만하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그는 특히 1968년 6월 16일의 설교 ‘방비와 건설’을 들어 그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는 이 설교문에서 “사회정의의 주제를 선포하였던 아모스 선지자의 예언에게서 만날 수 있는 주제들과 분위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설교에서 한경직 목사는 이 같이 말했다. “한국에도 컨츄리 클럽도 생기고 아주 값 비싼 운동 경기인 골프를 배우고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고 하는 말이 들립니다...그러나 요컨대 이만큼 특별한 부유층에 있는 이들이 굶주리고 헐벗고 심지어 집단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동포들에 대해서 얼마나 같이 살고자하는 동포애를 발휘합니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부패와 부정을 막아야 합니다. 불의와 착취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안에 사회 정의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나 올라갔습니까? 농민들의 생활수준이 얼마나 올라갔습니까? 이것을 막아야 합니다”『한경직 목사 설교 전집 8권』
비록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과 노골적인 심판의 메시지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지도층의 부정, 부패를 지적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설교들에서 예언서에 등장하는 사회고발과 정의와 공의의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설교에 나타난 구약해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그의 사상과 설교의 주제들이 발전의 단계를 맞이한 부분들도 있겠지만, 마치 씨앗이 열매와 꽃 봉우리에 담겨 있다가 터져 나오듯이, 처음부터 품고 있던 뜻들이 그의 설교와 사역과 삶 가운데서 차근차근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연구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