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근래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이 두 가지 갈등들은 더욱 첨예화되고 있다. 이 정부의 북한에 대한 대결정책과 함께 지난 정부들과 야당들의 존재와 활동들을 부정하는 태도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대통령 개인의 독선적 성격과 거기에 따른 편파적 국정운영은 모든 면에서 일방주의를 낳고 따라서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방들과의 소통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라든지 이전 정부에서 많은 공론을 거쳐서 법으로 제정된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국민들과 야당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대통령은 자기의 뜻을 관철하려 한다. 이는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은 공적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공공의 원리와 이해를 위해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자신들의 사적 관심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하는데서 생긴 결과라고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정치학의 기본원리인 공공성의 원리, 혹은 공적 권리들을 무시하고, 어떤 사적 관심이나 이익을 관철하려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독일의 계몽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인간들의 공공적 권리의 초월적 원리를 발전시키면서 공공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사람들의 공적 권리들과 관련된 행위들에서 공공성과 합치되지 않는 것들의 원리는 부당하다.” 즉 개인이나 집단이나 공공성에 합치하지 않는 어떤 사적 권리, 즉 특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모든 원리들은(그것들의 목적에 타당하기 위해서) 법과 정치와 합치된다.” 다른 말로 하면 법과 정치는 공공성과 합치되는데서 그 정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의회에서의 법제정이나 행정부의 정치적 법집행 행위가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고 어떤 개인의 사적 이익이나 특정집단의 권익에만 부합하는 것은 공공성을 상실한 것이며 따라서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이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정치의 원리이다. 부연하자면 국가의 공적 권리의 행사인 정치는 공적 견해 즉 국민들의 여론에 상응해야 하고 공공의 복리를 위해서 공적 봉사를 할 때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칸트에게서는 공공성은 “정치적 지배의 합리화의 원리다.” 따라서 정치적 지배의 합리성이란 곧 정치집단이나 정당이 대중들의 공적 권리, 공공의 관심사(여론)와 공공의 복리를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시민의 해방과 더불어 등장한 부르주아적 사회를 구성하는 국가는 이러한 공공성을 일반적 법이라는 형식과 결합시켜야 했다. 말하자면 국가의 법제정과 법집행은 공공성, 즉 시민들의 공동의 관심사들과 이익들을 대변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특정한 지역민들이나 권력층이나 특정한 재벌들을 위해서 법이 제정되고 집행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불법이며 따라서 반미주적이며 독재가 된다.
최근에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법은 이러한 공공성의 원리, 국민의 공동의 관심사와 이익을 대변하는 법이 아니라 특정 언론이나 재벌들의 사적 이익을 대변하고 국민의 여론을 오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형적인 악법이다. 또한 언론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공영방송들을 장악하기 위하여 임기 중에 있는 방송사장이나 임원들을 추방하고 자기 사람을 임명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여 특정 정권이나 정당, 혹은 특정 집단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시도들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공공성의 파괴현상은 비단 정치나 경제, 언론매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 아니 종교 등 삶의 전체 영역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공공성원리가 무시되고 삶의 전 영역에서 사적 원리, 이기주의가 관철될 때, 그 사회에서는 부패가 창궐하고,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어 결국은 갈등과 다툼의 장,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의 장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의 전 영역에서 공공성의 원리가 관철되도록 모든 사람이 노력할 때 우리는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