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바울이 ‘예수’보다 ‘그리스도’를 고집한 이유는

새길기독사회문화원 9일 가을일요신학강좌 개최

  ▲ 강연회  참석자들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있다 ⓒ김진한 기자

“바울은 왜 역사적 예수의 삶 특히 그의 십자가의 죽음을 역사에 있었던 그대로 전하지 않고, 그것을 보편적인 인간의 실존적인 현실 속으로 끌고 들어와 그 십자가의 사건을 인간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건으로 바꾸었을까?”

성공회대 조직신학 권진관 교수(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는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가을일요신학강좌에 강사로 나서 바울서신 등에 나타난 그의 속죄론을 집중 분석, 기독교 보수 신앙이 보편적 그리스도에 비해 역사적 예수를 조명하는 데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바울은 예수를 배반하였는가?”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권 교수는 “역사적 예수의 특수한 사건이 그의 특수한 시대와 장소 속에 있었던 사건으로서의 특수성으로부터 이탈해 모든 시대와 장소의 인간들에게 해당되는 사건으로 전이되었다”면서 “이러한 전이는 얻는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역사적 예수를 만나지 못했던 바울은 당면한 과제로 예수의 복음을 이방인에게 전해야 했는데 여기서 그가 그동안 확신했던 속죄의식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바울에게 그리스도의 죽음은 속죄의 죽음으로서 이전의 죄악 속에 있는 개인과 세상이 새롭게 되기 위해 먼저 죽는 사건이었다.

권 교수는 “(바울은)나와 세상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한다. 그리하여 나와 세상을 포로로 잡고 있던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고 해방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바울의 메시지는 당시 로마 제국에 의해서 고통당하던 팔레스타인, 소아시아, 그리스의 민중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제공해 주었고, 삶을 위한 방향 감각을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특히 바울의 메시지는 제국의 지배질서 속에서 고통당하는 농민들이 고난의 짐에서 해방되고, 이들을 착취하고, 괴롭혔던 지주들과 이들의 재산 관리인들이 심판받을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열렬히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울은 역사적 예수를 알기보다 보편적 그리스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 맥락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피’를 통한 속죄론을 근거로 기독교가 보편적인 종교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그런데 왜 바울은 역사적 예수의 사건들에 무관심했던 것일까?

권 교수는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형이 악의 세력의 불의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라는 것에는 덜 관심을 갖고, 예수의 십자가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정치적 운명과 영적인 운명을 결정하는 우주적 차원의 사건이고 신의 사건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바울이 역사적 예수에 관심을 두지 않자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도 있었다고 권 교수는 전했다.

그는 “(바울이)예수의 피를 희생제물로 이해한 것은 초기 기독교 신앙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이해는 예수가 세상 권세들에 의해서 십자가에 억울하게 죽게 되었다는 사실을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울이 예수를 보편적 구속자로 이해함으로써, 예수에 대한, 예수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들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어 오늘날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속죄론의 양상을 끄집어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는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보혈을 개인의 구원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보고있다”며 “이것은 그리스도의 피를 믿으면 속죄함을 얻는다는 바울의 말을 오해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바울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십자가 혹은 피는 그 자체로 구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 전체를 가리키는 상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시대적 상황을 고려, 바울이 역사적 예수보다 보편적 그리스도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에 “그는 그가 살았던 새로운 역사적 지리적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신앙과 문화와 정치체제의 문제들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에 충실하면서 창조적으로 대응했다”며 당시 소수종교를 보편종교로 발전시키려 노력했던 바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뒤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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