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의 수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신앙을 들춰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신간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가톨릭출판사)에서 정 추기경은 도덕적인 신(神)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그에 따른 인간의 삶 또한 도덕적,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햇빛…’은 이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이 질서정연하게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질서를 최초로 고안한 지성적 창조자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피조물 중 오직 인간만이 그 같은 질서를 인식할 수 있다며 창조주와 인간의 관계를 규정했다.
이처럼 창조주에 의해 지어진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부여 받은 성품을 내재하고 있다.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희생정신, 윤리적 선에 대한 정의감, 인간 능력을 초월하는 양심의 소리, 참행복과 영원한 생명 및 자유에 대한 갈망 등이 그것이다.
1장에서 신(神)의 존재에 비추어 인간의 본질을 설명했다면, 2장부터 10장 마지막까지는 인간의 본질을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정 추기경은 “다만 선하게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정을 이루는 법, 노년을 보내는 법, 생태계를 사랑하는 법, 인터넷에서 양심을 지키는 법, 사회 갈등 속에서 공동선을 이루는 법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
3장 ‘인터넷과 의사 표현’에서는 익명성을 무기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는 등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폐해에 대해 다루면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심어 주신 양심의 소리를 따라 행동해야 함을 일깨운다. 6장 ‘함께 사는 사회에서는 급격한 산업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 특히 익명성을 노린 사회 범죄와 이해 상충으로 인한 노사 갈등 등 사회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공동선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7장 ‘에너지와 사랑의 힘’에서는 국가들 사이에 만연한 불신이 국제 군비 경쟁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군비 축소에 나섬으로써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8-9장에서는 가정화목의 중요성과 함께 저출산과 낙태 등 가정문제의 심각성을 짚는다.
교리적인 가르침을 떠나 일반 도덕적인 가르침을 써내려감으로써 평신도들도 쉽게 이해하게 하였다. 나무라지 않으면서 옳은 길을 제시해주는 지혜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 가볍게 잡아 읽기 좋다.
총 220쪽 ㅣ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