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이 신간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을 펴냈다. 민중신학의 시선에서 ‘요한복음’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이번 책을 ‘안병무 선생과 함께 부른 듀엣’으로 표현한 저자는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안병무가 연 ‘요한복음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때의 기억을 여태껏 반추하며 보탤 건 보태고 뺄 건 빼고 한 것이 이번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안병무가 민중신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요한복음’이 이천 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요한복음에 담긴 신랄한 교회 비판 정신이 그렇다는 것이다.
1세기, 예수 추종자들은 유대교 일부 회당에서 속속 배제되자 유대교의 쉬나고게(회당) 등을 모델 삼아 자신들만의 결사체 형성을 도모하게 된다. ‘에클레시아’(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그들만의 연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수 신앙의 상징적 담지자인 ‘열두 제자’에 대한 담론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때 요한계 공동체는 이러한 교회의 ‘제도화’ 경향에 문제를 제기한다. 요한복음에서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보는 자’로 자부하며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는 자의 말에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러한 논리가 새로운 그리스도의 교회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답습의 흔적은 ‘매개자’ 논리에서 특히 드러난다. 회당의 매개자들이 예수를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고 하며 죽이고 그들을 따르는 이들을 방해하였듯이, ‘교회의 매개자’들 또한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진리를 알려면 자신들을 경유해야 한다고 강변한 것이다.
매개자 논리는 ‘배타성’을 내포하기에 더욱 문제다. 소수의 매개자가 다수의 신자를 예수에게로 인도함에 있어서 매개자 개인 혹은 집단의 사상과 신학, 관점은 다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배타성을 낳는다. 김진호 목사는 “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인 중개자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비판하는 이 복음서의 문제제기는 (오늘날 기독교에) 지독할 정도로 신랄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배타성을 특성으로 한 근본주의 신앙이 한국 교회에 처음 배태된 것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며, 이후로도 이 운동은 변형 반복되어 오다가 그 속에서 ‘성찰 없는’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끊임 없이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지도자들은 하나님과 사람을 ‘배타성’을 통해 중개해왔다고 말하고, 이에 민중신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요한복음을 다시 보는 것이 이 시대 한국 교회에 요청된다고 밝혔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서 저자는 요한복음 텍스트에서 주제를 끄집어내기보다, 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알맞은 본문을 텍스트에서 찾음으로 집약적인 글쓰기를 선보인다. 또 풍부한 자료와 상상력, 문제의식을 동원하여 ‘재미’ 있는 글읽기를 제공한다.
동연 ㅣ 242쪽 ㅣ 1만 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