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동방의 별 빛은 용산 철거민들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먼 옛날 동방 박사들이 그랬던 것 처럼 집을 떠나 별을 좇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종종걸음을 한 채 용산 참사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추적 추적 내리던 비는 다행히 그쳤지만, 우중충한 날씨는 계속됐으며 골목 사이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 25일 오후 3시 용산참사 현장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열렸다. 매서운 추위에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예배 현장을 찾았다 ⓒ베리타스 |
25일 오후 3시 ‘이 시대 민중의 아픔이 서린 곳, 용산에서 아기 예수 나심을 선포하다!’는 주제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가 용산 참사 현장에서 열렸다. 참석한 사람들은 철거민들의 현실 속에서 민중의 서러움을 발견했고, 또 한편 어둠의 권력 앞에 빛으로 온 예수를 만났다.
하늘말씀을 편 NCCK 권오성 총무는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을 때 사람들은 쉽게 자신을 포기한다”며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이어 “성탄은 죄 많은 어둠의 세상 가운데 빛으로 오신 주님을 기념하는 것”이라며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집 떠나 있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이날 메시지에서 권 총무는 또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들 위에 위로의 영이 임재하길 기원했다. 그는 “창조주가 피조물이되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예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실 것”이라고 했다.
▲ NCCK 권오성 총무가 ‘집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란 제하의 하늘말씀을 폈다 ⓒ베리타스 |
또 예수와의 진정한 만남은 집 떠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임을 분명히 했다. 권 총무는 “자기 집을 떠난 사람들 만이 예수를 만날 수 있었다”며 “모두가 아닌 나만을 위해 쌓아올린 집, 이기주의와 자기 만족만 득세하는 기득권의 집으로부터 떠날 때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방의 별 빛들이 용산 참사 현장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한 이들이라고도 주장했다. “지극히 작은자들이 예수에게로 인도하는 별 빛들”이라고 말한 권 총무는 “함께 십자가를 지고, 고통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용산 참사 현장의 사람들은 우리를 예수에게로 인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이 빛을 따라 갈 때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다”며 용산 참사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설교가 끝나자 예배 현장에서 성만천 예전이 열렸으며 이어 2부 순서로 갈래별 용산탐방, 어린이 마당, 유가족과의 노래나눔, 용산 이야기 마당, 작은 음악회 등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2009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 준비 위원회’(이하 고난함께 준비위)가 주관한 이날 예배는 △예수의 오심이 온 세상의 기쁨임을 선포하고 △연합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예배이며 삶으로 드리는 예배를 구현하고 에큐메니컬 영성을 확인하며 △용산참사의 아픔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 그리고 희망으로 용산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됐다.
고난함께 준비위는 “용산참사의 아픔은 곧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아픔”이라며 “용산참사, 그 아픈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용산에서 보게된다”고 예배 해설을 덧붙였다.
이날 성탄예배에는 강남향린교회, 다문화교회, 대동교회, 돌산교회, 동녘교회, 들꽃향린교회, 새민족교회, 새터교회, 생명교회, 서울제일교회, 성문밖교회, 성수교회, 수도교회, 안민교회, 언덕교회, 월곡교회, 예인교회청년부, 일산은혜교회, 주민교회, 지평교회, 청암교회, 푸른마을교회, 평화침례교회, 하늘씨앗교회, 하늘품교회, 한우리교회, 함께여는교회, 향린교회 등의 교회가 참여했으며 건강한교회를위한목회자회,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법률가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EYC, KSCF,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여민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장생명선교연대, 새시대목회자모임, (인천)생명평화기독연대, 생명평화전북기독인연대, 생명평화연대, 아름다운 생명,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일하는예수회,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기독교청년학생연합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 사이월드복음주의클럽, 새벽이슬,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 성서한국,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예수살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좋은교사운동, 청아람아카데미, 통일시대평화누리, 한빛누리,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