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명과 자연의 충돌 그린 영화 <아바타>

인간을 포기하고 아바타를 택한 설리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 분, 왼쪽) 가 숲 속에서 '나비' 족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 오른쪽)로부터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영화 홈페이지
연말 극장가에 <아바타> 돌풍이 한창이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인간과 외계 원시 부족인 ‘나비’족과의 전쟁을 스펙터클한 영상에 담았다. 가까운 미래 2154년. 인간은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 채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독성을 가진 판도라의 대기 그리고 토착민 ‘나비’족의 감시 때문에 에너지 획득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만드는 일이었다. 토착민 나비의 DNA와 인간의 DNA를 결합해 만든 아바타는 링크 머신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었고, 인간은 이 아바타를 이용해 토착민들과 접촉, 토착민들의 거주지에 묻힌 지하 자원을 캐기 위한 설득을 시도한다.

이 아바타를 조정하는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 분). 그는 전투 중 부상을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퇴역군인이었다. 아바타 프로그램의 과학자였던 쌍둥이 형이 피살당하자 형을 대신한 그는 행성 판도라에 도착,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링크 머신 안에서 자신의 의식으로 아바타를 조정하는 제이크는 아바타를 통해 두 다리로 걷고 뛰는 ‘현실’ 이상의 것을 체험하게 되고, 에너지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 족 무리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판도라 생태계를 연구하는 어거스틴 박사(시고니 위버 분)와 함께 아바타로서 ‘나비’족 무리에 침투한 제이크는 나비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와 혹독한 훈련과 다채로운 모험을 경험하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나비의 일원으로서 용감한 전사가 된다. 하지만 판도라 탐험을 지원하는 기업에선 제이크의 영상기록을 통해 그가 배신한 것을 알게 되고, 토착민 나비들을 강제로 쫓아내 에너지원 약탈을 위한 전쟁을 일으키는데...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 분)가 '아이와'란 신이 지키는 숲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영화 홈페이지

제이크 설리는 인간을 택하지 않고, 토착민을 택했다. 인간 사회에서 오랜 기간 훈련 받은 그가 3개월이란 짧은 시간 만에 ‘나비’족 일원으로서의 삶을 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신체 ‘부자유’했던 몸으로부터 아바타를 통해 숲 속을 거닐고, 뛰며 나무를 기어오르고, 심지어 날기까지 하는 ‘자유’는 그에게 과분했을지 모른다. 또 아바타로서 ‘나비’ 족 여전사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진 것도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비’ 족을 위해 인간을 배신하고, ‘나비’의 일원으로서 죽기까지 싸우는데 그에게 강한 신념을 키워준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와’라는 숲을 지키는 신. ‘나비’ 족의 삶의 근거지인 숲을 있게한 존재다.

‘아이와’는 네이티리와 함께 숲에서 걷고 뛰며 사냥하는 설리에게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설리는 자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숲의 근원 ‘아이와’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고, 훗날 부족의 운명이 걸린 대대적인 싸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할 만큼 ‘아이와’를 의지하게 된다. 지하 자원을 강탈하려는 탐욕에 물든 인간과는 대조적으로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나비’ 족의 삶은 그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아바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한 큰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인간과 ‘나비’ 족과의 싸움을 좀 더 큰 테두리 안에서 관찰한다면 문명과 자연과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명 발달사에서 자연은 지배의 대상이며 강탈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문명의 발달은 자연의 파괴를 동반했다. 특히 서구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성경의 창세기 내용은 아주 유용하게 쓰여지기도 했는데 ‘만물을 다스리라’는 창세기 귀절을 인류가 악용해 자연 파괴를 일삼았던 것이다. 지배욕에 불탄 인간에게 자연은 단순히 쓰고 버리는 폐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실 다스리라는 말은 지키라, 보존하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에선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려는 인간의 지칠줄 모르는 탐욕에 대항하는 자연의 ‘분노’도 엿볼 수 있다. '인류 문명의 자만심이 가져온 자연의 심판’이란 다소 진부한 스토리 전개에 지루할 수 있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점에서 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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