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시대와 민중신학’ 시리즈 제11권 <촛불과 광장, 정치와 종교>를 펴냈다. 2009년 제3그리스도교연구소에서 발표된 논문 위주로 총 15편을 엮었다.
김상근, 김진호, 유승태 등 진보적 성향의 젊은 신학자들은 2009년, 시대와 신학의 부단한 대화를 시도했다.
김상근(연세대 신과대 교수)은 <이명박 정부와 기독교 모더니티의 위기>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일어난 ‘숭례문 방화 사건’(2008)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2008)에 등장한 ‘촛불 소녀’가 엄격한 법 집행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 모더니티’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한국 시민사회가 모더니티를 벗어나 ‘포스트 모더니티’를 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며, 모더니티를 지닌 한국의 ‘대형교회’가 포스트 모더니티를 지향함으로써 시민사회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리스마적 목회는 포스트 모더니티 사회에 맞지 않으며, 이에 카리스마적 목회를 벗어나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목회의 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보다는 예술과 문화에, 이성적 판단보다 감성적 호응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택(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연구원)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갈망 표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집회가 ‘민중’이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실재와의 대면을 회피했으며, 이 같은 사실은 2009년 용산(용산참사)에서 촛불이 보이지 않는 대목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멀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으로 눈을 돌려 <홀로코스트 이후의 신학은 가능한가>를 썼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정당방위’라고 일컫는 이면에는 서구 중심주의적 성공에 예속된 식민화된 자의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하며, “그것을 성찰할 지적 준비도 신앙적 의지도 없다면 한국 기독교가 전 지구의 고난 당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정당하게 판단할 신학적·신앙적 사유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유승태(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연구원)는 <결혼이주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21세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민중’인 결혼이주자를 인식하기 위한 전거를 민중신학에서 찾았다.
이 밖에 <조울증 ; 대한민국 팬클럽이 불/가능해지는 지점>(황용연), <한국의 발전전략은 아시아 빈곤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이상준), <빈곤의 문제와 김용기>(김장생), <최근 독일의 종교교육학 스케치>(손성현) 등을 실었다.
총 319쪽 ㅣ 1만 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