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의 개발자이자 뛰어난 스토리텔러로 잘 알려진 마크 로퀘(Mark Roques)가 31일 명동 청어람에서 한국교회의 주입식 성경교육에 자극이 될 만한 내용의 강의를 전했다.
ⓒ이지수 기자 |
로퀘는 영국의 프라이어파크컬리지에서(Prior Park College)에서 ‘종교와 철학’을 11년째 가르치며 영화, 음악, 스토리텔링 등을 결합한 독특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며, 로퀘의 교육법에 관심 있어하는 100여 명이 이날 강연에 참석했다.
2시간의 강연 내내 로퀘는 ‘시각자료’를 활용하였다. 식인종 이야기를 하면서는 식인종의 울긋불긋한 치장이 강조된 사진을 보여주며 참석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피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얘기하면서는 피지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에 가고 싶으신 분? 500파운드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가겠다’고 말해 청중을 집중시키는 식이었다. 그는 시각자료로 청중을 ‘자극’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치는 시범 강연에서는 성경본문을 단 한번 언급할 뿐, 나머지 내용은 감동적인 선교사 얘기나 신문의 가십란에서 볼 만한 인물담으로 채웠다. 그러면서도 이야기 속에서 성경적인 메시지를 끄집어냈다. 예를 들어 한 선교사가 피지의 식인종에게 복음을 전하려다 살해당했지만 수십 년 후 식인종의 후예와 선교사의 증손자가 화해하면서 그 일을 계기로 피지 전역에 회개의 바람이 일었다는 얘기를 하며 기독교의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그 때를 즈음하여 피지에서 사라졌던 해양생물들이 돌아왔다며 기독교의 ‘죄’와 ‘창조’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최근 영국의 한 축구선수가 ‘돈 많고 잘난’ 자신을 향해 모욕을 줬다는 이유로 여성을 폭행한 얘기를 하면서는 돈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기독교 세계관을 전했다.
이렇듯 로퀘는 ‘이야기’를 통해 성경을 가르칠 것을 권면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교육 방식이 설교에서 예화를 드는 것과 다른 점은, ‘텍스트’보다 ‘컨텍스트’가 우선인 점이라고 밝혔다. 설교에서는 성경본문이 뭐냐에 따라 예화가 결정되지만, ‘이야기 교육법’ 즉 ‘스토리텔링’은 예화가 뭐냐에 따라 메시지가 결정된다.
영국에서 11세~16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교육법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로퀘는 “요즘 영국의 젊은이들은 성경도 잘 모르고, 현실세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실세계의 이야기를 통해 성경을 가르치면 성경도 잘 알게 되고 현실세계에 대한 이해 폭도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성경을 무조건 주입시키는 교육이 가져오는 부작용 - 삶과 신앙의 괴리 - 를 해소하는 데도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축구’를 종교시하며 축구 때문에 가정을 버리는 영국의 수많은 중년남성들을 ‘이야기’ 삼아 ‘축구에서 사용하는 기술에서도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손길을 볼 수 있다’고 가르치면, ‘축구’라는 우상과 신앙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길을 찾게 된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성경의 막연한 메시지가 ‘이야기’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삶에 적용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그는, 괜찮은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시간을 충분히 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야기에서 메시지를 끄집어내는 작업도 ‘꼼꼼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송성수 목사(옛길교회 협동목사)는 “한국교회는 신앙과 세속의 경계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지침을 제시하지 못해 크리스천들이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스토리텔링’은 세상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법을 알려주는 좋은 도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경애 교수(선교사교육기관 GMTC)는 “선교사들이 선교를 나가 현지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야기’를 사용하여 성경을 가르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마크 로퀘는 웨스트요크셔 기독교학문학교(WYSCOS, West Yorkshire School of Christian Studies)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홈페이지 markroques.com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