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근대 의료선교, ‘빛’도 있었지만 ‘어둠’도 있었다

 ▲최병택 박사 ⓒ이지수 기자

9일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한규무) 제 280회 학술발표회에서는 한국 근대 의료선교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연구가 시도돼 눈길을 끌었다. 최병택 박사(공주교대 전임강사, 한국근대사)는 100년 전 미 남장로회에 의해 광주에 설립된 나병원에서 나환자들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인 신앙 강요’가 이루어진 사실을 파헤치며, 의료와 선교의 접목이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광주 나병원은 지금의 여수 ‘애양원’으로 지난 2009년에는 100주년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기도 한 곳. 최병택 박사는 이 때 ‘애양원 100년사’ 집필에 참여하며 애양원 관계자들 및 옛 환자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으며, 그 결과 “애양원이 의료선교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환자들에게서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었다”며 “그러한 감정이 어디서 유래 되었는지 궁금해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설립 초기 애양원에서 실질적 환자 감독은 원내 교회인 ‘봉선리교회’가 맡았으며, 봉선리교회는 매일 새벽과 정오에 기도회를 열고 저녁에는 성경공부를 열어 환자들을 관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은 환자들의 생활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였는데, 환자의 상당수가 기독교적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볼 때 그렇다고 밝혔다.

‘무질서’가 ‘엄격한 분위기’로 바뀐 것은 1923년경 김응규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김 목사는 환자 전원에 대한 사실상의 치리권을 갖고 있었으며, 남녀 관계나 기타 질서가 잡히지 않을 경우 학습세례문답 시 철저히 바로잡도록 하거나 하루 종일 성경을 암송하게 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강화했다. 또 교회의 지도를 거부하는 세력을 공개적으로 문책하기도 했다.

그는 교회에서의 배제가 공동체 전체에서의 배제를 가져오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공지사항 대부분이 새벽기도 시간을 통해 전달되었고,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호품 분배에서 열외 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저한 ‘교회 중심’ 체제는 결국 환자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일부 환자들은 ‘일심회’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비공개적으로 반항하였으며, 교회 방화 사건과 목사 퇴진 운동이 일어났다. 또 김응규 목사가 경찰에 의해 강제적으로 신사참배한 사건은 빌미가 되어 결국 김 목사는 퇴진하고 만다.

한편, 이후 부임한 손양원 목사는 환자들의 처소에 거리낌 없이 출입하고 식사를 같이 하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 환자들로부터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평을 듣기도 하였으나, ‘언젠가 천년왕국이 도래할 때 완쾌될 것이며 그 때를 대비하여 독실한 신앙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등 지나치게 보수적인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애양원 내 폭력적인 자치회를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자치회는 대부분 장로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교회 내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장로들의 권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폭력적인 자치회의 세력도 강해졌던 것. 자치회는 선교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람을 전봇대에 묶어놓기도 하고, 심지어는 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는데, 종교적 권위와 자치회의 권위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료와 선교의 접목이 자칫 환자들에게 신앙을 ‘주입’하는 행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한 최병택 박사는, 사실 구한말 이래 전개된 의료선교의 많은 경우에서 “환자들이 주체적 신앙이 아닌 피동적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된 신앙을 받아들인” 모습이 발견되며, 애양원을 비롯한 한센병 대상 의료선교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사실은 과거 의료선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독교선교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데에도 시사점을 던져 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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