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미래 목회를 전망하는 목회자 워크숍이 열렸다. 성공을 표방하며 기복신앙을 조장하는 메가처치식 목회 방식이 미래에도 계속 각광을 받을 수 있을까? 워크숍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과감하게 “NO”라고 말한다. 이들 목회자들은 “미래의 교회는 자신의 본성과 사명을 모든 생명의 조화로움에 기초한 생태공동체의 회복에서 찾으려는 교회”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만큼 생태계에 대한 교회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11일 호텔아카데미하우스 새벽의 집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기장 목회자 워크숍’은 생태공동체운동본부가 주관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개회예배에는 이 단체의 상임대표 김경재 목사(삭개오작은교회)가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생명의 강’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기조발제는 한신대학교 조직신학 외래교수 김희헌 목사가 맡았다.
▲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이자 한신대 조직신학 외래교수 김희헌 목사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
김 목사는 발제에서 목회·신학적 패러다임 변환을 촉구했다. △한국교회의 성장주의가 세련된 사교로 은폐된 기복 신앙을 전파할 때, 교인들이란 항상 기복신앙으로 몰려다니고 말 뿐이라는 인간에 대한 절망에 묻혀 신학적 과업을 서둘러 마무리 할 것인지 △성공주의로 세워져 온 교회의 영성이 과연 앞으로도 신앙인의 최고의 헌신을 끌어낼 종교적 이상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태공동체의 전조(前兆)로 고백하면서 그분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가 탄식하는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향하여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그 복음의 빛에 맞추어 갱신하는 공동체여야 할 것”이라고 김 목사는 전했다.
<기장성>과 생태목회의 접목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기장성>은 예언자적 영성으로 제사장적 목회로는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기장성>은 과거 민주화운동 시대에 봉헌된 역사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 이 시대의 교회가 갈구하는 새로운 목회양식과 성도의 삶을 지시하는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생태적 목회는 그 관심의 다채로움보다는 비전의 일관성에 기초한다”며 “일관된 비전의 공유 속에서 다층적 연대 또한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비전의 일관성은 목회윤리의 당위적 의무에서가 아닌 이 땅으로 침노하는 나라에 대한 약속에서 힘을 얻고, 신학적 확실성에서가 아닌 생명이 당하는 아픔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외상(stigma)에서 증거를 얻으며 활동의 직접적 효력보다는 다가올 시대에 꽃을 피울 토양을 위해 거름으로 썩어져 가는 헌신의 공유 속에서 조금씩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조발제가 끝나자 참석한 목회자들의 논찬이 이어졌다. 양천교회 이낙균 목사는 “목회는 21세기의 현장을 예시하고 예측해 보고 목회의 의미를 정하여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작업을 요구하게 된다”며 “새로운 상황이라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교회는 개교회주의, 교파주의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피며, 삶을 지탱, 지속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앞서 김희헌 목사가 언급했던 대로 "미래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태공동체의 전조로 고백하며 모든 생명이 함께 누릴 평화와 정의 그리고 상호양육의 비전을 키워가는 갱신과 변혁의 공동체이어야만 한다”며 “교회의 정체성을 단지 계약 백성으로서 누릴 은총의 향유에서 발견하기보다는 모든 생명의 유기적 상호양육이 가능한 창조세계 전체를 보듬어 내는 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기장농목 정책실장 윤병민 목사는 “농촌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며 “각각의 농촌교회들이 각자의 생태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노력하며, 교단적인 지원과 선교의 방향 속에서 도시교회와의 연대를 형성하고 키워나간다면 머지 않아 JPIC를 능가하는 기장의 생태적 신앙고백문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봄교회 이진권 목사는 생태목회를 목회 현장의 실제적 적용에 초점을 맞춰 논찬했다. 이 목사는 “교인들이 일상적 생활 속에서 창조의 영성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공부 교제나 영성 수련 지침서 같은 실질적인 목회자료 등도 연구, 발간되어 목회현장에서 원활하게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수고도 필요하리라 본다”고 했다.
이날 워크숍을 주관한 기상생태운동본부는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생태계 위기 앞에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교회의 선교 과제임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생태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7월, 한반도 생태계에 치명적인 변화를 초래할 운하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생명의 강을 지키는 기장생태운동본부’로 출범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는 같은 해 9월 제93회 총회에서 공식 인정을 받아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