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는 부정적인 삶의 모습이 분명 있습니다. 고난, 슬픔, 부정의 등이 그것이죠. 한국교회는 그것에 함께 울기보다 섣부른 구원의 메시지를 통해 오히려 고난의 의미를 퇴색시키려 하지는 않았는가 반성해야 합니다.”
▲이영미 교수 |
구약의 대표적인 탄원시로 꼽히는 애가(哀歌, 예레미아애가) 분석을 통해 이영미 교수(한신대, 구약학)가 한국교회에 쓴 소리를 던졌다. 계간지 <구약논단>에 발표한 논문 <예언적 영성으로서의 탄식>에서다.
이영미 교수는 ‘애가’가 구약의 다른 탄원시에 비해서 ‘탄식’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성경의 탄원시는 탄식에서 시작하여 감사의 찬양으로 반전되는 이른바 ‘탄식과 찬양의 변증법’을 취하는데 유독 ‘애가’만은 감사보다 탄식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는 것이다.
각 장이 탄식으로 마무리되는 애가는, 특별히 전체 시의 결어(結語)라고 할 수 있는 5장 21-22절에서 원색을 드러낸다.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돌리기는커녕, ‘비록 주께서 우리를 아주 버렸었고 우리에게 진노가 컸을지라도’(애 5:22)라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렸고 진노가 컸음을 상기시키면서” 애가 전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가는 하나님에 대한 저항시로 읽혀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이영미 교수는 애가가 ‘예배’에서 활용된 공동체 탄원시인만큼, ‘희망’ 또는 ‘구원’이라는 종교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애가의 진정한 기능과 목적은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며 3가지는 ▲저항으로서의 탄식 ▲현실을 고발하고 약자의 고통을 대변해주는 탄식 ▲ 하나님이 침묵을 깨고 구원해주시기를 바라는 촉구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애가에서 탄식은 ‘하나님의 구원 행동’을 유발시키는 데 본의가 있다는 것.
이영미 교수는 가감 없는 탄식을 기록한 ‘애가’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탄식의 목소리를 통한 부정의의 고발, 정의를 향한 촉구를 담당하는 대언자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 “인간의 부정적인 삶의 모습 – 폭력, 부정의, 슬픔, 고난 등 – 을 구원과 희망으로 쉽게 덮으려 하지는 않았는가?”라고 물으며 “그러한 상황에 함께 저항하고 울며 예언적 소명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