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사상의 중심에서 전체를 꿰뚫고 이끌어가는 것은 ‘하나’이다. ‘하나’를 찾고 ‘하나’로 돌아가자는 것이 다석 사상의 시작과 끝이다. ‘하나’로 돌아감으로써 ‘하나’ 속에서 물건과 인간의 생명이 완성되고, 자유와 공평의 대동세계가 열리고, 상생평화의 통일세계가 시작된다”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지구촌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각각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의 차이로 종종 ‘분쟁과 갈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너와 나’의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1일 서울 명동 전진상교육관에서 ‘하나로 돌아감(歸一)’이란 주제로 열린 박재순 소장의 다석 유영모 강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하나’란 이정표를 제시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다석은 동서 정신문화를 흡수해 한국의 전통 사상인 천지인 삼재사상(천지인 합일 체험),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 동아시아의 합일사상에 근거해 대종합의 영성적 생명철학을 형성시켰다.
박재순 소장은 이어 이 같은 사상적 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근거로 다석 유영모의 귀일(歸一) 사상을 언급하며 인간이 하나님에게로 돌아갈 때 우주의 통일에 이를 수 있으며 나아가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통일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다석은 특히 귀일 사상의 핵심을‘하나’로 보았으며 그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 귀일(歸一)이라고 봤다. 다석에게 ‘하나’는 다름아닌 ‘하늘’이자 ‘하나님’이였다. 박 소장은 “다석이 절대와 상대, 유와 무를 통합하고 아우르는 존재로서의 ‘하나’, ‘하나님’을 말한 것은 ‘무’와 ‘공’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변이나 신비주의적 논의에 흐르지 않고, 생명과 영혼의 현실에서 생각한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즉, 인간의 내면은 무엇인가로 향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그는 “생명과 영혼은 상대적이고 물질적인 유(有)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도 없고, 무와 공의 초월적인 세계에서만 살 수도 없다”면서 “생명과 영혼은 물질과 정신을 내포하고, 상대에서 절대를 지향하고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다석이 보는 인간의 실존을 보다 분명히 설명했다.
이 같이 ‘하나’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이 모든 인생과 종교와 만물의 본분이라고 생각한 다석 선생. 이는 그의 글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모든 것이)하나로 시작해서 종당에는 하나로 돌아간다. 대종교가나 대사상가가 믿는다는 것이나 말한다는 것은 다 ‘하나’를 구하고 믿고 말한다는 것이다. 신선이고 부처고 도(道)를 얻어 안다는 것은 다 이 ‘하나’다”
하나로 돌아가는 인생. 이론 보다 실재를 강조한 다석에게 ‘하나’는 형이상학적 관념이나 원리가 아니라 천지인이 합일되는 우주와 생명과 정신의 현실 속에서 경험되는 실재였다. 다석은 또 이 ‘하나’를 존재와 생명의 근원과 목적이며 생명진화와 역사를 이끌어가는 힘으로 봤다.
박 소장은 “생명진화와 역사의 중심에 있는 인간에게는 하나(하나님, 하늘)를 찾고 하나로 돌아가려는 본성이 있다”며 “(다석의 귀일사상은)하늘로 머리를 들고 곧게 선 인간의 모습이 하늘을 그리워하는 본성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나’를 추구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다석은 늘 그렇듯이 겸손함을 요구했다. 박 소장은 “(다석은)‘하나’를 찾아 올라가는 사람은 겸허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봤다”며 “‘하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사람은 모르는 것을 향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나’에 대한 무지로 시작한 인간이 ‘하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다석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았다.
다석은 ‘하나’를 경험한,‘하나’를 품은 삶에 대해서도 곧잘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하나’를 본 사람은 ‘나와 너’의 일치, 하나님과 나의 일치에 이른다”며 “‘하나’를 보고 ‘하나’에 이른 사람에게는 사사로운 자아가 깨지고 ‘나와 너’의 벽이 무너지고 상대적 유무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다석은 ‘하나’이신 하나님을 보는 순간 인간은 쓰러질 수 밖에 없고, 자아가 쓰러지면 제 눈으로 제 눈을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제 눈으로 제 눈을 보고 제 눈 속에서 하나님을 보면 “하나님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내”가 된다는 것이다.
또‘하나’를 만난 인간은 하나님의 빔과 없음을 깨닫게 되고, 욕심이 사라지며 이 욕심이 사라지는 순간 생사도 넘어설 수 있다고 다석은 생각했다. 그는 생사를 초월하는 때로부터 자유요 진리요 사랑이요 무한이요 믿음이 생기기에 우주안에 나는 만물과 통일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며 일찍부터 평화와 공존의 새 시대를 예언했다.
한편 이날 강의를 마친 박배순 소장은 다섯차례에 걸친 유영모 사상 강좌의 종강을 알리며 "진리 탐구를 위한 노력이 계속될 시 우리사회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라며 동서문명의 만남으로 탄생한 씨알사상에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