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극우 성향의 한 목회자 팻 로버트슨 목사가 아이티를 덮친 대지진과 관련해 “(아이티인들이)악마숭배와 결탁했기 때문”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내뱉았다. 집을 잃고, 가족을 잃은 아이티인들에게 두배, 세배 고통을 주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로버트슨 목사의 신중치 못한 발언은 에큐메니컬 지도자들 뿐 아니라 백악관의 비난도 샀다.
‘신의 징벌’을 운운하는 로버트슨 목사의 발언에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순간에 그같은 전적으로 바보 같은 말을 하는가”라며 “그러나 마치 시계가 돌아가듯 그같은 짓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 것. 아이티 대지진.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베리타스 DB |
“몇 년전에는 쓰나미, 이번에는 아이티 지진을 당하면서 왜 하필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도 없는 정말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아이티 대지진과 같은 참상에)하나님께서 무엇이라고 답변하실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17일 주일설교에서 아이티 대지진이 주는 성경적 교훈을 되새겼다. 그는 비단 아이티 뿐만 아니라 21세기 첨단 시대에 들어선 한국 사회의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사람 사는 단체나 사회가 다 지구상에 있는 지층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지층이 있는데 앞뒤 안 가리고, 자기 성질대로 그냥 가다가 부딪히면 깨지는데 단순히 소리만 생기는게 아니라, 깨짐으로 피해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다르고, 지층이 다르고, 당도, 사고방식도 다를 수 있는데 부딪혀서 깨지라는 것인가 아니면 업히고, 끌어안고, 밀고 당기면서 뭔가 새로운 선을 만들라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하나님의 말씀은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것이다. 홀로만의 선이 아니라, 모두의 선을 이루라”고 했다.
협력해 선을 이룰 때 구심점이 되시는 분은 하나님임도 강조했다. 박 목사는 “지진에도 불구하고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을 초월하시는 분, 그 분을 중심에 두고 함께 집을 지읍시다”라고 했다.
이에 덧붙여,“우리 사회는 우리 삶은 우리 정치는 모든 영역에서 그렇게 깨지고 부딪혀서 지진이 나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도 미래 희망이 적은지, 그렇게도 자기 성깔을 부려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도 고집을 체제로 제도로 개인 성격으로 부려야 하는 것인지”라며 “같이 살 수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것이 오늘 아이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했다. 이날 ‘하나님의 얼굴과 등’이란 주제로 설교를 전한 박종화 목사는 성경구절로 출애굽기(33:17~23), 고린도전서(2:12~15), 마가복음서(2:21~22)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