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자화상…교역자 책임일까?

한신대 강원돈 교수 기장회보 1월호 기고

“개신교 교단들에서 교단 대표의 선출을 둘러싼 잡음과 금품수수 의혹, 담임목사직 세습, 대형교회 교역자들의 카르텔 형성과 정치화, 개교회 중심의 성공주의와 물질주의, 개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사이의 권위주의적 관계, 당회 구성원들 사이의 알력...” 이뿐일까.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많은 일그러진 모습들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라고 한신대 강원돈 교수가 기장회보 1월호 ‘교역자의 자기 이해와 전문직 윤리’란 글을 통해 전달했다.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한국교회를 향해 세상은 “교회 자체가 어둠과 부패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며 기독교를 ‘개독교’로 지칭하는 현실이다. 사회의 지탄이 아닌, 존경을 받는 교회로 거듭날 해결책은 없을까?

  ▲한신대 강원돈 교수

강원돈 교수는 먼저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에 있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교역자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강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처한 총체적 위기는 선교적 기독교로 이식된 한국 개신교의 역사적 발전에서 비롯된 개교회 중심의 특수한 조직원리와 운영원리, 한국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정치적 지배세력이 한국 개신교 교회들을 향해 구사한 헤게모니 전략, 한국 개신교를 지배하는 근본주의적이고 성령운동적인 신학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위기에 대한 책임을 교역자들에게 돌릴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교역자들이 오늘의 세계에서 교회의 실천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기에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특히 “교역자들은 전문적 지도자라는 면에서 그들의 직무 수행이 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를 새롭게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의의를 지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따라서 교회의 실천과 교역을 윤리적 관점에서 성찰하는 것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멍든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그 만큼 교역자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강 교수가 말하는 교역 윤리는 무엇이고, 또한 교역 윤리 고취가 한국교회에 얼마만큼의 효력를 발휘할 수 있을까?

강 교수는 교역 윤리에 대한 정의부터 시도했다. 교역윤리는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고, 전통적으로는 교역 윤리 대신 성직자 윤리 혹은 목회 윤리 등이 사용되어 왔다. 강 교수에 따르면, 성직자 윤리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엄격하게 구별해 왔던 카톨릭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됐고, 교회의 민주화가 진행되어 평신도의 교회 지도부 참여가 활성화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개신교에서도 널리 수용되었던 개념이다.

성직자 윤리는 말씀을 증언하고, 세례를 집행하는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성별된 사람들의 직무와 관련된 윤리이기 때문에 특수한 직업윤리로 분류되며 여기서는 주로 성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품성과 덕성, 직무상의 의무 규정들이 다뤄진다. 성직자들에게 요구되는 품성과 덕성은 거룩함, 사랑, 신뢰성, 이타주의, 신중성 등이며 성직 수행에 필요한 진문 지식과 기술, 사람들의 요구에 목회적으로 대응하는 성실한 자세,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져야 할 성직 수행의 책임 등이 직무상의 의무 규정의 핵심을 이룬다.

반면 목회윤리는 목회자가 목회를 수행하면서 직면하는 여러가지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목회의 제도적 측면들을 규율하려는 윤리적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직업윤리적 성격이 강한 성직자 윤리보다는 더 복합적이고 더 제도적인 특성을 띤다. 강 교수는 ‘목회’를 중심으로 한 목회 윤리의 한계성도 지적했다. 그는 “목회윤리가 전제하는 “목회”는 설교, 예배, 심방, 상담 등 보이는 교회의 대내적인 측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는 세상의 전 영역에서 전개되는 교회의 실천과 교역을 망라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대내적인 측면 만이 아니라 대외적인 측면에도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표출했다. 강 교수는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와 하나님의 봉사(diakonia Dei)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정의, 평화, 피조물의 보전 등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실천을 신학적 증언과 행위의 중심으로 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의 교회의 실천과 교역은 보이는 교회의 대내적 측면만이 아니라 대외적 측면까지도 아울러야 할 것”이라며 “교회의 대외적 측면에는 교회의 사회봉사뿐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투명하도록 세계와 역사를 형성하여야 할 교회의 책임이 포함된다”고 했다.

때문에 강 교수는 성직자 윤리도 목회 윤리도 아닌 좀 더 폭 넓은 교역윤리(ethics in ministry)라는 개념을 사용, 교역 윤리를 성찰했다. 강 교수는 “교역자로 세워졌다는 것은 성도들의 공동체에서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직무를 수행하도록 과제를 맡았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를 집행하는 직무를 바로 수행하려면 전문적인 신학교육을 위시해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품성과 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교역자들에게 요구되는 조건들만 살폈지만 이내 강 교수는 직무수행과 개인생활이 뒤엉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역자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돌아봤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기독교계에서와 같이 직무수행과 개인생활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직무와 개인을 분리하자는 것은 교역자들의 심리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절박한 요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기능인이길 바라는 교인들의 기대 그리고 직무와 개인생활로 갈등을 겪는 있는 교역자들에게 “교역자에게서 직무와 개인은 유기적 전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여 하며, 따라서 교역윤리는 전문적 직업윤리의 형식과 내용을 불가피하게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교역자들의 전문성 만큼은 꼭 확보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에 따르면, 교역자는 예배와 설교, 심방과 상담, 사회봉사, 사회선교, 정치참여 등 교역의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치러야 할 개인적, 정신적, 심리적, 영적 에너지는 엄청나케 크다. 교역자들에게 교회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일 터인데, 여기에 더해 교역의 지도력을 판가름하는 성장의 과제까지 떠맡겨져 있기 때문에 교역자가 교역 현장에서 겪는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지친 교역자들의 피로를 해소시키는 방안으로 ‘휴식의 권리’를 제안했다. 그는 “교역자들에게 휴식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교역 윤리의 큰 과제들 가운데 하나라도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번 글에 이어 교역자 윤리에 관한 글로 △은사공동체로서의 교회이해와 권위 문제 △교회 지도부 구성의 문제와 제도 개선 방안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 사이의 협력과 교역 지도력 강화 △교회의 공공성과 공적 위임 등을 기장회보에 차례로 연재할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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