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이하 인권위)가 최근 ‘북한정치범수용소(강제송환·강제실종 포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으며 북한 정치범수용소 상황에 대한 실태파악을 목적으로 했다.
인권위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수감자 및 관리자 등으로 정치범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 17명과 2006년 이후 강제 송환을 경험한 탈북자 32명에 대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또, 2009년 입국 탈북자 322명을 대상으로 일반 북한주민의 정치범 처벌사건 및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한 강제실종 목격사례, 정치범수용소와 강제실종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실태조사의 의미에 대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및 수감자 인권에 대한 국가기관 차원에서의 본격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 작업으로서는 이번 실태조사가 처음이다”라며 “또한 최근의 정치범수용소 수감 경험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점과 구체적인 인권침해 항목을 분류하고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정치범수용소와 강제송환·강제실종 실태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째로 1950년대 후반부터 운영된 정치범수용소는 1970년대까지 추가 설치되어 한 때 13개소에 이르렀으나, 1980년대 말 이후 폐쇄와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 6개소에 운영되고 있다. 현재 수감자 규모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며 현재 정치범수용소 6곳 중 요덕수용소 내 일부구역과 18호 관리소 일부만이 혁명화 구역이며 그 외의 모든 정치범수용소는 완전 통제 구역이다.
둘째로 수용소 관리체계는 수용자 내 간부들을 활용해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소장과 수용자 담당 보위원들은 수감자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열성적인 수감자들을 소대장, 중대장, 반장, 총반장(각 수용소 별 사용하는 용어에는 차이가 있음) 등 각종 지시를 담당하는 직책을 부여하고, 이들에게 생산 활동과 수감자의 감시 및 통제 책임을 부가하고 있다. 따라서 수감자들은 보위원보다 수감자 중에서 선별된 작업반장, 소대장 등의 지시에 의해 작업을 하게 되고, 이들로부터 직접적인 통제와 구타, 고문 등을 당하고 있다.
셋째로 조사된 결과는 최근 강제송환 후 최종 처벌 수위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2000년 초기에는 무조건 정치범으로 처벌하다가, 그 이후 탈북동기에 따라 처벌수위를 달리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한국행 기도, 기독교를 믿는 경우, 간첩행위 등은 여전히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단순 도강자에 대해서 처벌을 완화했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최근 강제송환자들에 대한 처벌정도가 강화되었다고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한국행 기도가 많아지면서 ‘비법월경자’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를 높여 교화소로 보내며 형기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뇌물을 제공하면 처벌을 약하게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석방되는 경우도 많다는 증언이 있다.
넷째로는 북한은 UN회원국으로서 UN헌장상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할 국제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치범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끔찍한 구금과 고문 등 자행, 강제송환자에 대해 조국을 떠난 것을 반역죄 죄목으로 자의적 구금, 고문,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사형, 공개처형, 불법적, 감옥 내 영아살해와 노동캠프에 보내는 형벌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국제인권규범의 불이행이 자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영문 번역해 국제사회에 배포해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검토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정상화, 남북 교류협력의 질적·양적인 확대, 북한의 개혁·개방, 북한의 정치변동 및 경제적 상황 등에 많은 영향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같은 배경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적 북한인권 정책 및 로드맵과, 이에 기초한 실천계획(Action Plan)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