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 |
한국교회에 일곱 유형의 크리스천이 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보수신학자와 진보신학자처럼 각 유형을 대표하는 7명을 한 자리에 모아 손석희가 진행했던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을 연다면 어떨까?
가상의 인물 ‘신석기’(손석희 대신)가 가상의 기독교인들을 모아 100분 토론 하는 형식으로 꾸민 신간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위즈덤로드)가 출간됐다.
정말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 7명의 패널은 엇갈린 대답을 내놓는다. 대형교회 목회자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성공 목사는 “기독교인이 예수님을 안 믿으면 누구를 믿는다는 거냐? 아주 불쾌한 질문”이라 하고, 보수 신학대 나정통 교수는 “예수님을 믿는 기독교인더러 예수님을 안 믿는다고 하니 논리적으로 모순되지만, 일종의 화두로 여기겠다”고 한다. 홍대 앞 개척교회의 여성목사 조하나는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예수님을 믿는다는 생각은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맞선다.
여기서 60대의 여배우이자 ‘한국교회 평신도’를 대표해서 나오는 ‘예신자’가 분위기를 진정시킨다. “사실 저는 어리둥절하네요. 제가 육십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는데, 저더러 왜 예수님을 안 믿느냐고 묻는 것 같아서 찔리기도 해요. 하지만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그 뜻과 반응이 달라진다고 봐요. 질문 안에 ‘제대로’라는 말을 넣으면 어떨까요? 아예 믿지 않는다고 하면 반성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말문이 막혀 버리잖아요.”
이 밖에도 진보 신학대의 교수 ‘남예혁’,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논객 ‘권중진’이 등장해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담론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평신도 ‘예신자’가 종종 비판적 담론을 생산적 담론으로 터닝 포인트 시킨다.
저자는 국내 최초로 개신교 명상센터를 개원했으며 2004년부터는 인도(India)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공동체 ‘씨알아쉬람’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도권 교회로부터 한참을 동떨어진 그는, 이 책의 초고를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 일색으로 채웠다고 한다.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란 화두가 떠올랐을 때 자신만큼은 이 화두에서 제외됐다고 여겼다. 그러나 원고를 읽을수록 “기독교인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답답함이 밀려왔고, 결국 글 전체를 수정했다. 7명의 대화록이라는 형식도 이 때 따온 것이다.
저자는 “(새롭게 글을 쓰며) 기독교와 교회 그리고 다른 기독교인들에 대해 편협했던 시각이 많이 넓어졌고, 나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기독교인들이 별로 다르지 않음을 새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제목만 보면 “또 누워서 침 뱉기 하나” 싶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양 극단에 서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서로를 향한 이해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평신도 ‘예신자’씨에게는 자기가 믿어왔던 제도 속 기독교가 신앙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국교회가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제자도를 회복해야 함을 역설한다.
총 363쪽 ㅣ 1만 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