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예수 없는 교회 현실에 장공이 그립다”

장공 김재준 목사 23주기 추모예배 열려

25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장공(長空) 김재준 목사 23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안상님 목사(장공 김재준 목사 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예배에서는 박원근 목사(기장 증경총회장, 이수중앙교회)가 설교를 맡았다.

  ▲25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예배당에서 열린 장공 김재준 목사 23주기 추모예배에서 박원근 기장 증경총회장이 설교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미디안 광야는 어떤 곳인가? 황량한 곳. 모세를 이런 곳으로 보내셨다. 그는 이집트 꼭대기에 있다가 한순간 광야 신세로 전락했다. 인류의 빛으로 산 인생은 결코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오”라고 말하며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노래했던 장공이었다.

박 목사는 “광야는 하나님께서 그의 뜻을 말씀하시는 곳이었다”며 그곳은 고통과 고난을 견뎌낸 사람들, 죽음의 문턱에서 조차 소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했다.

이어 “모세는 본래 교만했던 사람이지만 광야에서 무명으로 살며 교만을 내려 놓았다”고 했으며 또 “광야에서 현실의 초조함과 미래의 공포를 이겨내어 고독을 통해 분노를 다스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자신 안의 이기주의를 무너뜨리게 된다”고 했다.

예수가 떠나간 한국교회의 빈 자리를 보며 장공의 그리움도 나타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의 기복신앙에 예수님은 떠나갔다”며 “예수가 없는 교회, 물질과 세상과 야합하는 교회를 볼 때 오늘날 처럼 장공이 그리워질 때가 없다”고 말했다.

추모사는 아시아교육원 오재식 원장이 전했다. 오 원장은 “자유로운 지성의 장공 선생은 자유로운 신학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교단을 창립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교권 주의가 만연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둘러 보고는 아마 '아니오'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의 비움과 희생 정신이 오늘날 다시금 한국교회에 울려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배 후에는 2010년도 정기 총회가 열렸다. 2010년도 사업으로는 △장공 장학금 수여 △7회 장공 논문상 시상 △13회 장공기념강연회 △장공사상연구 목요강좌 △회보 발간 등의 계획이 수립됐다.

* 장공 김재준 목사는

일본 아오야마 신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 입학, 자유주의 신학을 공부했다. 구약학으로 학위를 받은 그는 귀국해 1933년 평양 숭인상업학교에서 성서를 가르쳤다. 1935년 ‘아빙돈(Abingdon)단권성경주석(單券聖經註釋)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송창근(宋昌根)·한경직(韓景職)과 함께 보수주의 신학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가 한국 신학계에서 자유주의 신학자로 부각된 것은 8·15해방 후 조선신학교를 세우면서부터였다. 그는 1947년 성서비평에 입각해 모세오경 저작 문제와 십계명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강의했다. 이러한 신학적 해석에 대해 당시의 보수적 학생들의 항의를 받게 됐고, 이 사건이 비화돼 1952년 장로교 총회에서 제명됐고, 1953년 기독교장로회가 별도로 분립되기에 이른다.

그는 이 교단에서 자유로운 신학 연구와 강의를 했으며 현한국신학대학의 신학적 배경을 성립시켰다. 1970년대부터는 사회문제에 적극 관심을 보여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대한일보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으며, 삼선개헌반대 범국민 투쟁위원회 위원장, 민주수호 국민협의회 공동의장, 북미주 한국인권 수호협의회 의장, 북미주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위원장, 북미주 한국민주회복 통일촉진 국민회의 의장 등 군부독재에 맞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 1987년 지병인 당뇨와 간경화로 사망했다.

저서에는 《범용기》 《낙수(落穗)》 《계시와 증언》 《하늘과 땅의 해후》 《인간이기에》 《장공전집(長空全集)》 《광야에 외치는 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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