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아가’(Song of Songs)를 동성애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서 유연희 박사(감신대 강사, 구약학)는 논문 <성서(聖書)의 성(性) : 에스겔과 아가의 P그래피>를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가는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야훼와 이스라엘, 그리스도와 교인,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이라는 알레고리로 읽혔으나, 이후 ‘남녀간 사랑의 드라마’나 아랍의 결혼식 노래로 읽는 관점이 등장하였고, 근래 들어 “독자들은 아가에서 인간의 P그래피를 본다”고 유 박사는 주장했다.
P그래피적 시각의 발단은 페미니스트들이 제공했다. 이들은 아가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묘사된다며 아가를 통해 ‘남녀평등’을 외치기도 했고(필리스 트리블, 마빈 폽 등), 오히려 여성에게 더 지배권이 가 있다며 아가의 저자가 여성이거나 적어도 여성문화의 산물(캐롤 마이어스 등)이라고 보았다.
아가에 처음으로 ‘에로티시즘’을 부여한 사람은 롤랜드 보어(Boer)였다. 유 박사는 보어가 “자크 라캉(Lacan)의 욕구 이론과 포르노그래피라는 시각에서 아가를 읽었”으며, “이전의 페미니스트들이 아가를 여자의 섹슈얼리티에 있어서의 자율성 (허용) 정도로 ‘조신하게’ 읽었던 영역에 처음으로 에로티시즘을 가져왔다”고 평했다.
여기서 유 박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바로 아가를 ‘동성애’(퀴어)적인 시각으로 읽자는 것이다. 그는 버지니아 버러스(Burrus)와 스티븐 무어(Moore)의 주장을 소개하며 “그들은 페미니스트와 퀴어 이론이 충돌하고 공모하며 ‘함께 가야 한다’면서 아가를 두 이론의 교차점에서 읽는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기존 페미니스트들이 여전히 ‘이성애 규범’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며 아가를 ‘퀴어스럽게’(queering) 읽어야 함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아가가 다루는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이지만 아가의 목적이 이성애의 덕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퀴어 정체성과 행동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는 크리스토퍼 킹(King)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연희 박사는 이러한 ‘동성애적 아가 읽기’를 옹호하는 편이다. “이성애 중심적 교회에서는 퀴어 교인들이 커밍아웃을 쉽게 할 수 없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편하게 예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가’ 읽기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이번 발표는 그러나, 제시된 근거에 비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지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