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 맘(맨 왼쪽)의 '아페십' 활동 모습 ⓒ아페십 |
<다시 찾은 꽃목걸이>
소말리 맘 지음, 정아름 옮김 ㅣ 퍼플레인 ㅣ 280쪽 ㅣ 12000원
매춘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정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나라가 있다. 역사 속에서 ‘킬링필드’로 기억되는 나라, 캄보디아다. 20년에 걸친 내전 동안 수백 만 명이 살해된 전쟁은 사람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그리고, 상처 받은 그들은 가장 약한 ‘소녀’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가하기에 이른다.
캄보디아의 미성년 성매매 여성은 5만에서 10만 명(유니세프 추산). 이들이 제 발로 매춘에 들어가는 일은 드물고, 대개 보호자에 의해 팔려 들어간다. 가난한 부모는 쌀을 사기 위해 딸을 판다.
매춘은 지옥보다 더하다. 여자를 성적 노리개로만 여기는 남자들을 쉴 새 없이 상대하는 통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더러운 소굴에서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라치면 많은 경우 경찰은 아이를 안심시키는 척 하고 포주에게 데려다 준 후 돈을 챙긴다. 처녀와 관계를 가지면 건강해진다는 미신이 있어 어릴수록 더 많이 이용된다.
소말리 맘(Somaly Mom). 내전이 발발하기 시작했던 1970년 무렵 태어나 9~10세 되던 어느 날 ‘부모를 찾아주겠다’는 노인을 따라 나섰다가 하인이 되고, 노인의 빚 탕감 대신으로 강간 당하고, 처음 보는 남자와 강제 결혼한 뒤 또 강간 당하고, 16세쯤 되었을 때 매춘업소로 팔려나간 불쌍한 여자.
수도 프놈펜의 한 업소로 팔려간 그녀의 처음 3일 기록은 읽기 힘들다. “내가 ‘싫어요’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내 머리를 때리며 ‘싫든 좋든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 앞에서 옷을 벗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반항을 하자 그는 날 강간했다… 그 다음 남자는 벨트 버클로 날 때렸다… 그 후에 그들은 날 지하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뱀과 전갈 같은 동물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곳에 날 묶어 놓고는 내 몸 위에 뱀을 풀어 놓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구호단체를 만나면서 (지금은 이혼한) 남편 피에르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프랑스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왔을 때, 캄보디아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으며 어릴 적 자신과 같이 수많은 아이들이 성매매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해 살기로 마음 먹는다.
올해로 41세가 된 그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동 및 여성 쉼터’ 아페십(Action for Women in Distressing Situation)의 리더다. 아페십은 캄보디아의 성매매 희생자들이 탈출하게 하고 정신력과 경제력을 키워 미래를 일구도록 돕는 단체로, 소말리가 10년을 들여 설립했다. 아페십에는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의 대스타들도 함께 하고 있으며, 소말리는 성 착취에 맞서 싸운 공로로 1998년 스페인 왕실로부터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2008년 롤란트베르거 인간존엄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로 살인 협박까지 당하면서도 그녀가 이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 특히 소녀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자기 때문에 어린 딸이 포주들에게 납치 당하고 남자들로부터 강간 당했던 옛 상처를 잊지 못해 남편과 이혼해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소말리는 불행한 어린 시절부터 매춘업소 탈출기, 다른 소녀들에게 손 내밀기까지의 과정을 영화처럼 생생히 기록했다. 약한 자를 향한 무지막지한 학대에 소름 끼치고 불쾌감마저 밀려오는 가운데, 온 몸으로 그것에 맞서 싸우는 소말리의 언행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한 개인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