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진보나 보수나 국가권력에 봉사하는 건 마찬가지”

경북대 법대 김두식 교수 신간 <교회 속의 세상…>

    ▲김두식 교수 ⓒ홍성사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김두식 지음  ㅣ  홍성사  ㅣ  총 335쪽  ㅣ  13,000원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44)는 대학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가르치며 국가의 법 질서를 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한편 그는 예수전도단, 기독법률가회, 높은뜻숭의교회 등에서 신앙생활하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시민권과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둬야할까를 고민해왔다.


법학자이지만 법학서적보다 신학서적을 즐겨 읽는다는 김두식 교수는, 신간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에서 기독교 보수나 진보 모두가 ‘애국(愛國)’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에 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보수·진보가 “애국적이고, 국가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세상의 정치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모두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국가-교회 모델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라면 국가라는 체제 그 자체에 대해 의심을 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교회가 세상과 전혀 다른 입장에서 그 ‘존재 자체’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봐도 “그보다 강력한 정치는 없다”며, 일제시대 신사참배 거부를 예로 들었다. “(당시 기독교 보수세력은)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제국을 향해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학교에서 신사참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조용히 학교 문을 닫았다. 본인들에게는 그저 신앙고백에 불과하지만 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반역죄에 해당하는 방법을 통해 누구보다도 강력한 ‘정치’를 보여줬다.” 곧 제국은 쓰러졌고 기독교학교들은 부활했다.

이에 반해 노무현 정부 시절 기독교 보수세력은 데모를 통해 사학법에 맞섰다. 그는 “그 때 여러 말 하지 말고 조용히 학교 문을 닫았어야 했다. 그게 선배 신앙인들이 취했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정치와 궤를 같이 하다보니 기독교가 정말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주제에서는 비껴있다고 지적했다. 신앙양심에 기초한 병역 거부, 평화, 빈곤, 환경의 문제를 놓고 기독교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교회에 ‘진짜 보수’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진짜 보수는 “국가권력의 절대화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신사참배에 반대한 선배 신앙인들을 따라 애국주의의 덫을 벗어버린 사람들”이어야 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에 대해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진짜 진보’도 많아져야 한다며, 이들은 “국가를 향해 뭔가를 하라고 외치기 전에 자기 것을 먼저 내어놓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음을 외치면서 정작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책에서 “세상 논리에 매몰되지 말자”고 외치는 그는, 이 밖에도 물량주의에 빠진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평신도의 시각에서 고발하고,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 아래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실험적 활동들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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