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종교 편향 정책 ‘기독당’ 국민의 정당될 수 있을까?

기독당 새 대표에 민승 목사 취임

  ▲기독사랑실천당 새 대표에 취임한 민승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베리타스
기독사랑실천당이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국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인사 개편을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고 있다. 3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는 최수환 장로·민승 목사의 당 대표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임사를 전한 최 장로는 “고인 김준곤 목사, 김기석 목사 그리고 조용기 목사와 신신묵 목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으로 지난 2004년 출범한 이래 4년간 당 대표를 맡으며 기독당을 이끌어왔다”며 “그러나 여러 목사님들의 지지가 부족했던지 17, 18대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를 당했고, 때문에 한편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 장로는 이어 “장로로서 기도가 부족했던 탓도 컸다고 본다”며 “이제 이 장로는 한 걸음 뒤에서 4.19때부터 동지로 알고 지낸 민승 목사에게 힘을 보태려고 한다. 기독당에 든든히 설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으로 응답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민승 대표의 목사직을 십분 활용해 이번 지자치 선거에서 만큼은 의석 수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표출했다. 최 장로는 “장로가 기독당 당 대표를 맡아서 하는 것 보다 목사가 대표를 맡는 것이 교회의 지지를 얻기도 보다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한 민승 목사는 지난 4·9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44만표에 달한 것을 언급, 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계속되는 패배의 쓴 맛을 삼키고, 승리의 단 맛을 맛보겠다는 각오가 돋보였다.

기독당의 기원은 197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신말기에 창립된 기독당은 10대, 11대, 17대, 18대 총선에서 4차례 후보를 냈지만, 단 한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 때 1천만 기독인을 자부했던 한국교회를 등에 업었으나 기독당이 180만표를 얻지 못해 번번히 실패함으로써 국회 의석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4일 오전 11시 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기독사랑실천당 민승 목사 대표 취임 감사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에서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는 설교를, 이만신·김동권·박태희 목사와 김홍기 변호사는 격려사를 했고,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신신묵 목사는 축도를 했다 ⓒ베리타스

민승 목사의 당 대표 취임은 불법?

이날 민승 목사가 취임식을 하고 있는 동시간대 대강당 밖에서는 민승 목사의 당 대표 취임을 반대하는 일부 당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민승 목사는 최수환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신병을 이유로 사임해 당서열 순으로 만장일치로 대표로 추대된 것이라고 그의 측근은 설명했지만, 당내 공식기구를 자처하는 비상대책위원회(대표 고영석 장로)는 당 대표가 바뀌게 된 배경이나 과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개인자격이라고는 하나 기독당 자문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었던 민승 목사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MB를 지지하는 대신 대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찾아 격려한 점도 문제 삼았다. 기독당 창당이 좌파 정권을 뒤집기인데 공인으로서 제2좌파정권의 창출을 도우려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런 행위는 목회자의 신앙양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다수의 국민 특히 기독교를 배신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출범 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 기독당이 내분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당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에 출입하는 가운 입은 목사를 보는 시선은

가운을 입은 목사가 국회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기독교인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교 분리’의 원칙에 입각한 대다수 기독인들은 정치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아예 정치 캠프에 들어가려는 시도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기독교 내부에서 조차 기독당 창당과 운영에 한 목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타종교와의 갈등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임사를 전한 최 장로는 “고(故)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기도로 시작해 세운 나라”라며 “국회의원을 말하자면 3분의 1이 기독인이고, 역대 대통령을 꼽자면 2분의 1이 기독인이다. 대한민국은 부인할 수 없는 기독교 국가”라는 종교 편향적인 발언을 했다. 또 기독당이 내세운 정책을 보면 △교과서 기독역사 왜곡수정 △교회 및 종교재단 은행이자 3% 이하 등을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당이라고 하는 기독당이 다분히 의도성을 가지고, 종교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 자칫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의 불씨를 지필 수도 있는 기독당의 이 같은 행보에 종교계 인사들은 계속해서 우려의 표시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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