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애굽, ‘애굽 저주 사건’ 아니었다”

한동구 교수 신간 <세계 공동체…>

   ▲한동구 교수(평택대 신학전문대학원)

<세계 공동체 형성을 위한 해방과 정화 이야기>
한동구 지음  ㅣ  한들출판사  ㅣ  총 254쪽  ㅣ  12,000원


이스라엘이 애굽을 탈출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간 사건은 구약 시대에는 물론 오늘날까지 기독교인들의 ‘신앙 여정’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이스라엘은 선인(善人), 애굽은 악인으로 이해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동구 교수(평택대 신학전문대학원)가 이러한 이해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출애굽이 애굽에 있어서 “하나님이 애굽을 심판하여 그들을 깨끗하게 정화(淨化)한 사건”이라고 신간 <세계 공동체 형성을 위한 해방과 정화 이야기>에서 주장했다.

그렇다면 애굽은 ‘악인’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구약 전반에 걸쳐서 악인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는 반복되고 있으며, 이사야 19장에는 애굽에 내려진 ‘징계’가 보도되고 있다. ‘보라 야훼께서 빠른 구름을 타고 애굽에 임할 것이다. 그 때 애굽의 우상들이 그 앞에서 떨겠고…(중략)…내가 애굽인을 격동하여 애굽인을 치리니…’

그러나 이러한 징계는 단순히 애굽을 벌하는 데 머물지 않고 궁극적으로 “온 세계가 야훼 하나님께 경배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 교수는 주장했다. 같은 19장에는 ‘야훼께서 애굽을 치실지라도, 치시고는 고치실 것이므로, 그들이 야훼께로 돌아올 것이다…(중략)…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라고 나와 있다.

한동구 교수는 이스라엘의 이방인 이해가 전적으로 적대적이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초기에 이스라엘은 이방인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아 ‘다른 민족과 같이 되고자 한다’(사무엘상 8장)고 했으며, 이사야 10장에서는 야훼가 ‘이스라엘’을 징계하기 위하여 이방민족 앗수르를 이용했다고 기록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방민족을 심판하신다’는 이른바 ‘거룩한 전쟁의 사상’은 이스라엘 초기부터 유래하기는 했으나 문헌적으로는 비교적 후대에 와서 일반화되었다. 이사야 등 예언서에서는 하나님이 이방인들을 위해 예언자들을 세웠다고까지 기록되어 있다.

한동구 교수는 “출애굽 중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을 통하여 애굽에 재앙을 내린 것은 이사야 등 예언서에서 보여지는 예언 정신의 연장으로 보아야 한다”며, 출애굽 이해를 뒷받침하고 있는 기존의 ‘거룩한 전쟁의 사상’과 다른 견해를 전했다. 또 ‘이스라엘의 하나님’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님’으로 이해의 지평을 넓힐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 같은 새로운 출애굽 이해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모색하는 데 의미 있다고 밝혔다. 후진국과 열강의 중간 쯤에 위치한 한국이 “한국을 맹렬히 추격해오는 후진국의 억압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열강을 처벌이나 복수의 대상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며 “그들 모두를 ‘세계 공동체’로 여겨야 하며, 한국은 이들에게 신의 축복을 중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목차

제I장 예비적 이야기
1. 이스라엘의 신앙고백 속의 ‘해방과 정화 이야기’
2. 구약성서의 처벌과 심판의 주제
3. 이스라엘의 이방인 이해
4. 연구방법론과 연구 내용

제II장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구조분석
1. 출애굽기의 마크로-구조 분석
2.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시작점 분석
3.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종결점 분석

제III장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서론: 모세의 두 번째 소명
1. 출 6장 2절-출 7장 7절의 내용과 구조
2. 본문 주석 (출 6: 2-7: 7)

제IV장 이적과 재앙 이야기
1. 뱀 이적 이야기(출 7: 8-13)
2. 첫째 재앙: 애굽의 강물(젖줄)을 치다(출 7: 14-25)
3. 둘째 재앙: 개구리 재앙 (8: 1-15)
4. 셋째 재앙: 모기 재앙(출 8: 16-19)
5. 넷째 재앙: 파리 재앙(출 8: 20-32)
6. 다섯째 재앙: 가축 재앙(출 9: 1-7)
7. 여섯째 재앙: 종기 재앙 (출 9: 8-12)
8. 일곱째 재앙: 우박 재앙 (출 9: 13-35)
9. 여덟째 재앙: 메뚜기 재앙(출 10: 1-20)
10. 아홉째 재앙: 흑암 재앙 (출 10: 21-29)
11. 열 번째 재앙: 장자 살해 예고(출 11: 1-10)
12. 열 번째 재앙: 장자 살해 실행(출 12: 29-36)

제V장 축제와 제의
1. 유월절(1) (출 12: 1-14)
2. 무교절(1) (출 12: 15-20)
3. 유월절(2) (출 12: 21-28)
4. 유월절(3) (출 12: 43-51)
5. 맏배재물과 무교절 규정 II (출 13: 1-16)

제VI장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신학
1. 들어가는 말
2. 행동하시는 하나님
3. 기적과 재앙으로 애굽을 치시는 하나님
4. 야훼 하나님, 히브리인의 하나님, 편드시는 하나님
5. 오만한 인간, 하나님을 대적하는 인간
6. 하나님의 권능에 대한 인간의 신뢰
7. 해방의 목표로서의 섬김의 공동체
8. 이방인을 위한 중보의 기도
9. 정화의 심판

제VII장 해방과 정화 이야기의 문학양식
1. 서론
2. 야뷔스트 문서(J)의 구조와 특징
3. 제사장 문헌(P)의 구조와 특징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