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임 교수 |
김판임 교수(세종대 교양학부, 신약학)가 여성주의에 기초한 성서해석방법론 5가지를 논문 <예수의 성서해석>에서 제안했다. 논문은 학술지 <신약논단> 겨울호에 실렸다.
김 교수는 연구본문으로 마가복음 10장 1절~9절의 이혼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활용했다. 여기에 기록된 예수의 5가지 발언이 ‘여성주의 성서해석방법론’을 구성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
본문에서 예수는 ‘이혼이 합법적인 것이냐’는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모세가 너희에게 어떻게 명하였느냐’고 반문한다. 그리고선 모세는 ‘이렇게’ 가르쳤으나, 사실 하나님의 뜻은 ‘저러한’ 것이었다며, 모세 오경(五經)을 하나님의 말씀과 동일시하던 바리새인들의 입장과 거리를 둔다.
김 교수는 “예수의 이러한 발언은 여성주의 성서해석방법론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제 여성주의 성서해석은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문제되는 개개의 구절에 대해 ‘모세가 어떻게 썼느냐?’ 혹은 ‘바울이 어떻게 썼느냐?’처럼 성서를 기록한 ‘저자’에 관해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본문에서 예수는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모세가) 이 명령을 기록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모세 오경’을 근거로 이혼이 합법적이라는 바리새인들의 주장을 ‘하나님의 뜻과 거리가 있다’고 천명한 것에 다름 아니다.
김 교수는 모세 오경의 내용을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예수의 말은 “불경하게 들릴 만큼” 충격적이지만, 사실 이는 “성서 안에 담긴 하나님의 진정한 뜻을 파악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모세 오경에 기록되었다고 해서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기지 않은 예수의 입장은 신약성경 곳곳에 나타난다며, 안식일 계명보다 사람의 생명을 중시했던 예수였음을 마가복음 3장 등을 인용해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예수의 발언이 여성주의적 성서해석방법론에 주는 시사점은 ▲기록된 모든 것이 하나님의 명령은 아니므로 기록된 것들 중에 여성주의에 합당한 말씀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연구자들에게 있으며, 특정 구절을 여성을 억압하거나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데 사용하는 것에 신학적으로 부당함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예수가 ‘창조 때부터 남자와 여자로 사람을 만드셨으니’(마가복음 10장 6절)라고 한 것은 창세기 1장 27절에 근거한 것으로서, 이는 창세기에 기록된 두 가지 창조 이야기 중 보다 양성평등적인 본문을 인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주의적 성서해석에서도 성서 안에 남자와 여자를 평등하게 여기는 구절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관련된 성서구절이 가부장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을 경우 여성주의 입장에 맞게 변용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남녀를 차별 없이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고 여성주의 입장에 일치하는 새로운 명제를 창의적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등 5가지를 ‘여성주의적 성서해석방법론’으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