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학연구원 민중신학연구소(소장 권진관)가 외국인노동자 선교를 민중운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10일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었다. ⓒ이지수 기자 |
성공회대 민중신학연구소(소장 권진관)가 외국인노동자 선교를 민중운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10일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열었다.
연구소 권진관 교수는 초창기 외노 선교가 ‘민중교회’ 및 ‘산업노동선교’의 전통 안에서 시작되어 외노들의 실질적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가 있었으나, 차차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됨에 따라 민중운동적 성격이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늘날 외노 선교가 정말로 민중운동의 전통에 서 있는가가 우리의 질문”이라며 노동권, 참여권과 같은 실질적 권리의 신장 차원에서 외노 선교를 점검할 필요를 말했다.
세미나에는 외노 지원에 10년 이상 몸담았던 활동가들이 초대됐다.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와 이정호 신부(남양주시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는 센터를 세워 외노들에게 갖가지 복지를 제공해왔으며, 센터 운영비의 일부는 정부로부터 보조 받고 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노동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미셸 카투이라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두 사람의 발제에 이어 논찬한 임선일씨(성공회대 노동사연구소)와 미셸 카투이라씨(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하 이주노조) 외노 지원 센터들의 한계를 지적했다.
임선일씨는 노동투쟁의 성격이 강한 ‘이주노조’와 정부와 대화 파트너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외노협’(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을 비교하며, 외노협을 필두로 한 외노 지원 센터들의 노동투쟁적 성격 약화를 지적했다. 그 단적인 예는 노동허가제와 고용허가제에 대한 두 단체의 입장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고용허가제에 찬성한 외노협은 선교와 노동권을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노동허가제 도입을 요구한 이주노조는 순수한 노동권을 고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센터들이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에 따라 활동 방향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보조금이 상당히 지급되어 센터들이 이른바 ‘국가와의 협력’ 시기를 맞았으나, 현 정부 들어 지원이 급감함에 따라 센터들이 ‘국가에 대한 저항’ 시기로 회귀할 수도 있다고 예상된다”며, 이는 “국가와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한 이주노동자 운동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안하기를, “이주노동자들의 삶의 지평이 국가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외노협과 이주노조, 인권연대를 아우르는 이주노동자 운동 연대를 형성하고 ▲한국인 노조에 이주노동자가 동등하게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운동의 다변화를 지향하며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찬한 미셸씨는 본인이 외노 출신으로서, 외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발언으로 이목을 모았다. 그는 자신이 활동가로 있는 이주노조가 ‘법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반 센터들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고 비교하며, 그러나 서비스는 “일시적인 대책이고, 근원적인 해결책(법 개혁)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 개혁을 도외시하는 것은 “자본가들의 죄를 영구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 ⓒ베리타스 DB |
논찬후 응답에서 김해성 목사는 “외노협과 이주노조의 궤가 다르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론을 전했다. 그는 외노협이 고용허가제에 반대했던 것은 “그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차후 개정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었으며, 고용허가제가 안됐다면 외노들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만 여기는 ‘산업연수제’의 참상이 계속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신부는 외노들을 착취한다고 여겨지는 ‘자본가’들이 외국인노동자 노조 결성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도 공장 문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라며 외노들의 노동 투쟁에 마냥 가담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말했다. 그러나 “적절한 시점에서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