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남강 이승훈 선생으로 본 작은 예수 살기

조헌정 목사, 주일 설교서 ‘남강’ 조명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베리타스 DB
‘이땅을 살다간 작은 예수들’이란 주제로 연속 설교를 하고 있는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가 지난 7일에는 3.1 독립 선언에 참여한 기독교의 신실한 장로이자 뜨거운 민족애를 품은 남강 이승훈 선생의 삶을 조명했다.

앞서 조 목사는 민족이란 화두를 던졌다. 그는 “과연 예수는 민족주의자였는가?”라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양쪽의 답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선민의식에 빠져있는 유대 지도자들에게 서슴치 않고 독설을 내뱉고, 유대인이 아닌, 로마의 한 백부장을 칭찬하기도 한 예수는 유대 민족을 넘어 인류 전체를 구원하고자 하는 큰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 목사는 예수가 “유대 민족의 구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알았다”며 살아 생전 유대 땅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추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즉, 예수가 동족에 대한 겨레 사랑이 열렬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조 목사는 “오죽하면 바울은 동족들로부터 갖은 핍박에도 불구하고, "혈육을 같이 하는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로부터 끊어질 찌라도"라고 고백을 했겠는가”라며 “예수도 바울도 뜨거운 동족애를 가졌다”고 했다. 예수와 바울과 같이 남강 이승훈 선생도 일제의 폭압 시절 뜨거운 동족애를 불태운 사람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을 여윈 남강은 특유의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당시 관서 지방에서 유망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갓 귀국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듣게 되었는데 연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는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작은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좀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세계 대세는 어떻게 되며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깨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바로 잡으러면 우리가 먼저 깨워야 하고, 동포를 깨울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나라를 구하는 첫번째 길입니다”

평소 남다른 민족애를 불태우던 남강은 이후 사흘 밤, 낮을 한 숨도 자지 않고, 꼴똘이 생각에 잠겼고, 결국엔 민족을 위해 교육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세운 서당식 학원이 오산 학회였다. 그러나 남강이 3.1 독립 선언에 참여하는 등 독립 운동을 펼치며 저항 정신을 키워가자 그가 투옥된 후로 오산 학원은 한 때 불에 타 폐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옥에서 나와 세례를 받은 그는 신앙의 힘으로 오산 학원을 다시 살려내고, 후일 민족을 위해 헌신할 굵직 굵직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되게 했다.

남강을 조명한 조 목사는 “기독교가 눌린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의 종교임을 깨닫는다”며 “남강은 민족의 고난이 있었지만, 통치자의 권력을 비판한 예언자들의 전통을 따라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설교 단상의 오늘을 지적했다. 조 목사는 “교회가 조금 커졌다고 해서 성서의 근본 가르침을 외면하고, 처음 출발을 잊어 버리고, 가난한 민중의 편이 아닌 권력자들의 편에 서 있다”며 “바로 이것이 우리 남한 사회가 교회를 바라보고 있는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했다.

조 목사는 또, “이것은 교회가 멸망으로 가는 첩경이라고 아니 말할 수 없다”며 “예수 시대에 어느 누가 그 거대한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고 보았는가? 그러나 불과 60년 후에 그 일은 일어났다”고 했다.

끝으로 철저한 민족애로 인재를 양성한 남강의 교육 사업을 조명하며 조 목사는 “요즘 우리 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곳이라기 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기관(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남강의 교육과 그의 실천적 삶은 지금 우리를 향해 큰 빛을 비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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