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예수목회'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한국기독교연구소, 24일 예수목회세미나 마쳐

    ▲한기연 제 7회 예수목회 세미나 ⓒ김태양 기자

24일 오후 2시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주최한 예수목회세미나가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과 목회'란 주제의 패널토의를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예수목회세미나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가톨릭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준우 소장은 첫날 개회사를 통해 4영리 교리에 바탕을 둔 저 세상 천국, 부와 귀(성공), 그리고 건강이라는 세 가지 복이 한국 기독교의 대다수를 사로잡고 있는 기독교의 가치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이러한 목회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입각한 기독교 본래의 복음이 아니기 때문에 '예수목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예수목회가 무엇보다 목회자 자신의 행복과 구원을 지향하고, 예수의 복음이 교회를 다시 살릴 수 있다"며 "말이 되는 복음,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낼 수 있는 복음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주제강연과 특강 등 일련의 강연들로 구성된 이번 세미나는 목회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와 학자들의 입장과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첫날 주제강연에서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을 제목으로 자신의 인생과 목회 여정을 풀어놓았다. 조 목사는 목회자 조부의 그늘 아래 목사의 길을 걸어왔으며, 고교시절 이후 역사와 사회에 눈뜨고 군복무 후 미국으로 건너 와 미국장로교회에서 오랜 기간 목회를 했다. 그곳에서 배웠던 민주적 절차와 소수자 배려에 대한 신앙정신이 현재 향린교회에서의 목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조 목사는 설명했다.


조 목사는 특히 "교회가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체제와 건물세우기에 힘쓰는 곳이 아니라 율법의 이름으로 민중의 삶을 옥죄이고 제사의 형식으로 야훼를 가둬버린 종교의 체제를 부수고 깨우침의 몸 성전을 세우는 곧 진리의 자유가 흐르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향린교회가 공동체교회의 모습을 가지면서 동시에 입체적 교회요 사회선교에 애쓰며, 독립교회와 평신도교회요 민족민중교회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조 목사는 "목회란 하느님의 모험을 잘게 쪼개어 재시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그저 쓰임받기를 기다리며 빈 마음으로 살아갈 뿐"이라고 전했다.

이튿날 설립자 홍정수 박사(한아름교회 공동목사, 갈릴리신학대학원 총장)는 <목회자 바울의 예수 믿는 기쁨>을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홍 박사는 "바울서신을 폭넓게 인용하며 바울이 강한 기쁨이 있는 자의식을 가지고 살았으나 그것은 자기만족이나 성취감에서 오는 황홀함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바울이 심각한 환란 속에서 열등감과 육체의 가시마저 있던 사람이며, 교인들의 신속한 배신에 안타까워했다고 홍 박사는 설명했다. 언어의 심각한 모호성과 특유의 아이러니, 다른 즐거움들(세상)에 대한 몰이해와 너무 손쉬운 부정, 미래에 대한 지나친 소망 등 그가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특강을 담당한 김판임 박사(세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여성의 눈으로 본 신앙의 기쁨>을 주제로 강의했다. 김 박사는 21세기를 사는 한국 여성으로서 세계적 대가들과는 다른 깨달음을 얻은 일들이 있었음을 전제하며,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김 박사는 세상적인 삶과 영적인 삶, 행동하는 삶과 관조하는 삶, 하위와 상위 등 기존의 전통적인 이원론적 이해와, 유럽 중세기의 신비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명상과 행위, 마리아와 마르다는 함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독일 신학자 요아킴 예레미아스가 유대교의 보편적인 가부장적 문화와는 구별되는 예수의 태도에 주목했던 바에 대해서도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20세기 여성신학자 엘리자베스 몰트만 벤델과 민중신학자 안병무의 아내 박영숙의 예를 들며 기존의 해석과 달리 교회에서 교인들을 먹이고 돌보는데 집중하는 교회 여성들의 입장에서 마르다를 두둔하고자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박사는 마르다 유형과 마리아 유형으로 인간의 유형을 나누며, "각각 사회 외부의 평가 기준에 따라 살면서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유형과 자기 내면의 욕구에 따라 살아가는 유형"으로 정의했다. 이어 마르다의 염려와 근심에 대한 예수의 발언을 마르다 유형에게 주는 구원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마리아 유형이 추구하는 "빼앗길 수 없는 기쁨"과 그러한 삶의 자세를 두둔해주는 예수의 말씀이 큰 힘이 되었음을 고백했다.


또한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밭에 감추인 보물과 진주 비유'에 대해서도 불트만의 “희생” 해석과 예레미아스, 김득중, 김창락의 "희생과 기쁨 사이" 해석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며, 이 구절이 "보물이나 진주(하나님 나라)와 같이 모든 것을 다 팔아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보물을 가진 자의 기쁨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인철 박사(연세대학교 교목실)는 <삶을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기독교 사영리>를 강의했다. 한 박사는 사영리를 "길치 인간, 길잡이 하나님, 선생 예수, 길벗 기독교인"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참 삶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나 하나님은 우리가 가야할 참 삶의 길을 가리켜주시는 분이시며 예수는 우리가 가야할 참 삶의 길을 앞서 가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예수를 벗 삼아 예수와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강 사이에는 <예수목회의 기쁨>을 주제로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최철호 목사와 내일을 여는 집 김영선 목사, 동면교회 박순웅 목사의 목회 간증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 날의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과 목회> 패널토의 시간은 김기석 목사(청파교회)가 목회자로 살아온 30년 세월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 목사는 기쁨이 낯선 감정이 되어버렸음을 고백하며 신앙생활이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이야기의 집으로서의 교회를 언급했다.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이야기에 초대하는 가운데 주님과 동행하는 삶, 자기 초월과 연민, 연대, 단순하고 소박한 기쁨을 찾을 때 잃어버린 기쁨이 돌아옴을 이야기했다. 이어 김준우 소장, 노경신 목사, 최소영 목사, 박경양 목사의 토의가 이어졌다.

최소영 목사의 설교로 폐회한 세미나는 모든 참석자들이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하는 것으로 마쳤다. 김준우 소장은 이 자리에서 "기독교인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내세적, 기복적 신앙 안에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부재하거나 왜곡되어 있고, 오늘날 비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요인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예수목회세미나는, 김 소장의 말을 따라, 예수 목회의 본이 공포가 아니라 자유에서, 그리고 경쟁적 욕심보다는 섬김과 연대에서 오는 큰 기쁨을 주는 것임을 다양한 삶의 자리에 서 있는 참여자들을 통해 조명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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