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 |
구약학자이면서 한국 전통문화에도 깊이 관심하며 <태극신학과 한국문화>란 책을 저술한 바 있는 박신배 그리스도대 교수가 이번에는 ‘평화’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박 교수는 한국문화신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계간지 <문화와 신학> 최근 호에 게재한 논문 <철학적 평화론과 평화의 영성 연구>에서 국가간 평화와 사회적 평화, 그리고 개인적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철학 연구를 선보였다.
박신배 교수는 평화가 도래해야 하는 이유를 ‘당위성’의 차원에서 점검했다. 구약에서 평화는 “하나님께서 결정하시고 내려주셨다”고 파악되고, 신약에서도 평화는 “하나님과 인간 간에 회복된 관계, 마음의 평정의 상태”를 의미하기에 평화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누리고 성취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임마누엘 칸트의 평화론에서 ‘국가간 평화’를 위한 논거를 찾았다. 칸트는 그의 평화론에서 국가간 영구평화를 위한 예비조항과 확정적 조항, 비밀조항에 대해 상세히 논하고 특히 세계평화를 위한 국가간 ‘연맹’의 개념을 사용하여, 오늘날 국제연합의 평화이념에 공헌했다. 박 교수는 칸트가 국가간 영구평화를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과제로 본 것에 동조하며, “교회는 평화주의의 전통에 서서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힘의 논리와 결탁된 군국주의에 맞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와 교회, 신앙공동체 차원의 평화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평화’의 논거는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의 평화론에서 찾았다. 화이트헤드가 사회적 차원에서 언급될 수 있는 가치인 ‘공동선’, 즉 평화의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공동선을 향한 창조적인 투쟁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사회윤리를 과정사상에서 제시하였다”고 말하고, 공동선을 창출하기 위한 작업이 오늘날 사회에 요청된다고 보았다.
박신배 교수는 국가와 사회의 평화가 성취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평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또한 역설했다.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서 나병환자를 위해 살다 간 다비앙으로부터 ‘평화의 영성’을 발견하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교본이 되었던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 토마스 아 캠피스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일상 속에서 평화를 누리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신배 교수는 한국평화학회에서 활동하며 이슬람의 평화 문제 등 평화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펼쳐왔다. 이번에 그는 “세계 평화의 문제는 한 개인의 평화에 달려 있다. 또한 (각 개인은) 사회구원과 해방을 위해 정의와 평화를 촉구하며 사회 개혁가로서의 영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말로 논문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