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연동교회 베들레헴 예배실에서 제 94회기 에큐메니컬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예장통합 에큐메니컬 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선교적 관점에서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차이점을 극복하고, 공통점을 찾으려는 학술·신학적 노력이 전개돼 주목을 모았다.
▲장신대 한국일 교수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선교의 통합적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
강사로 나선 한국일 교수(장신대, 선교학)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선교의 통합적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에큐메니컬에 대한 한국교회 전체의 기본적인 이해를 한 교수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부정적일 뿐 아니라 선교와 에큐메니컬 운동은 서로 별개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선교는 복음적 교회의 활동이며 에큐메니컬 운동은 단지 사회참여 활동만을 지향한다는 이중적 도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놓은 화두는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선교의 쟁점들이었다. 한 교수는 선교는 복음 전도만을 언급하는 것인가, 사회적 책임을 함께 선교의 내용에 포함할 것인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선교 개념의 편협성과 포괄성이란 선교적 쟁점을 언급했고, 이어 △선교의 목표(개인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실현), △선교와 교회(교회중심의 선교(Missio ecclesiae)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선교와 문화(한 복음과 다양한 문화) △선교와 종교(증언과 공존 그리고 대화) △선교와 협력관계(교파주의 선교와 에큐메니컬 연대) △회심과 개종의 문제(회심의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선교의 쟁점들을 잇따라 언급한 한 교수는 복음주의 선교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우선 특징으로는 '성서의 절대적 영감 및 권위성' '영혼과 영생에 관한 교리' '유일한 중재자 그리스도' '전도의 영혼구원의 긴급성' '교회론' '복음화와 종말' '성령론' 등을 들었다.
특히 '유일한 중재자 그리스도'란 복음주의의 특징에 대해 한 교수는 "(복음주의자들에게)하나님은 그리스도외에 인간이 구원 받을만한 어떤 다른 이름을 주지 않으셨고, 따라서 그리스도만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화해를 가져오는 유일한 중보자이다"라며 "복음주의자들은 하나님의 선택적 주권을 믿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자들의 멸망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론'과 관련해서 복음주의자들은 '교회'를 마치 방주처럼 여긴다는 주장도 폈다. 한 교수는 "(복음주의자들에게)교회는 세상에서 생명을 건지는 방주와 같은 신성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복음 전파와 하나님 왕국을 확장하는 도구로 부름받은 교회는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교회성장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한 교수는 위와 같은 복음주의 선교의 특징들을 분석하며 날카롭게 문제점을 제기했다. 먼저 선교신학적 요인에서 그는 "선교의 초점을 주로 개인의 영혼구원과 교회개척 및 성장에 두기 때문에 선교현지의 사회, 역사, 전통, 문화 등 선교활동의 기본구조를 인식하는 거시적 안목을 갖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선교지 사람들과 교회를 바르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전했다.
또 복음주의 선교에 있어 협력정신과 실천의 부족 문제도 꼽았다. 한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 복음주의자들은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의 마지막 주자'라는 종말의식으로 똘똘뭉쳐 독자적 소명의식이 강하게 표출되는 경우가 잦다.
한 교수는 "세계선교를 주도한다는 잘못된 자기중심적 소명의식이 현지교단과 협력하기 보다는 독자적 선교회를 설립해 현지교단과 경쟁관계에 있게 하거나 현지 목회자들을 빼내옴으로써 현지교회를 분열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25일 연동교회 베들레헴 예배실에서 예장통합 에큐메니컬 위원회가 주최로 제 94회기 에큐메니컬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김정현 기자 |
아울러 복음주의 선교가 배타적, 공격적 선교전략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것, 효과적 선교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부재하다는 것, 선교사 파송과 관리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 등을 들었다.
복음주의 선교의 특징과 문제점을 분석한 한 교수는 이어 복음주의 입장에서 에큐메니컬 선교의 특징과 문제점을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 복음전도에 무관심하고 사회-정치적 참여만 강조함으로 죄에 대한 회개와 영원한 구원을 소홀히 한다 둘째, 하나님의 선교를 주장하면서 개인의 인격적 회심이나 교회개척 및 성장의 중요성은 간과한다 셋째,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면서 따라서 회심이나 개종을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선교를 대화로 대치한다 넷째, 교회의 모든 활동을 선교로 이해함으로 '범선교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어 한 교수는 두 입장(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화해와 상호보완적 선교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선교개념 이해의 확장 △전 세계의 선교 현장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선교 △기독교와 타종교 간의 대화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수행 △전인적 생명의 회복과 전 피조세계의 보전과 지속적 발전을 가능케 하는 대안적 삶의 태도 등을 제시하는 과제에 있어 두 입장의 상호이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선교의 통합적 전망을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 선교사역의 장을 교회중심으로부터 세계지평에로 확대 둘째, 선교사 파송교회 중심의 일방적 선교형태에서 선교사와 선교현지 사이의 상호존중과 상호 배움, 상호변혁의 과정으로서의 선교 셋째, 갈등과 분열에서 협력과 일치와 에큐메니컬 정신을 회복, 넷째, 오늘의 상황에서 직면하는 민족, 종족, 종교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 상황을 진지하게 수용하면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선교활동. 다섯째, 교회와 선교사간의 일치와 협력을 위해서 먼저 서로의 차이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와 선교지 교회의 상호주체성 인정, 각 문화전통의 차이에 근거한 기독교 신앙이해와 형태의 다양성과 차이 존중, 상호 배움과 상호변혁. 여섯째, 전 피조세계의 올바른 질서와 생명의 회복을 지향하는 창조세계 보전 선교활동 등을 제기했다.
한 교수의 강의에 이어 '현대 에큐메니컬 운동과 선교: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통합적 비전'이란 주제로 송인설 교수(서울장신대)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예장통합의 역할과 책임'이란 주제로 조성기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가 '한국교회 역사 속에 나타난 에큐메니컬 선교'란 주제로 신수일 목사(포항대송교회)가 각각 주제 강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