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베리타스 DB |
구약 연구자인 김 목사는 '내 이름은 에스바알'이란 제목의 시평에서 역대기상 8장 33절('넬은 기스를 낳고, 기스는 사울을 낳고, 사울은 요나단과 말기수아와 아비나답과 에스바알을 낳았다')을 인용, "야훼의 권력을 주장하는 그가(사울이), 첫째 아들을 야훼의 이름이 포함된 요나단으로 불렀음에도, 그 동생들 중 하나를 '바알'이 들어 있는 이름인 에스바알로 지었다"며 "필경 그것은 자기 가문을 추종하는 대중의 신을 계속 섬기겠다는 뜻을 의미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목사는 이어 "여기서 우리는 바알을 부정하고 오직 야훼만을 섬기는 것, 그러한 전향을 야훼신앙의 핵인 것처럼 생각하는 편견과는 다른 방식의 신앙이 초기 야훼신앙의 전통이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지파는 일반적으로 야훼는 동맹을 상징하는 신이지 일상의 신은 아니었다. 같은 맥락에서 사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란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그래서 첫째 아들은 야훼의 이름을 담은 요나단으로 지었지만 동생들 중에 바알이 들어있는 이름을 지었다는 것.
김 목사는 "요컨대 지파동맹의 시대, 야훼신앙의 원초적 형태가 형성되고 그 정신에 따라 군주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기조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견지되던 시대에 그 동맹의 신 야훼는 다른 신들과 공존했다"며 "동맹에 함께한 공동체들은 야훼와 함께 공존한 이 '신들'과 함께 생활을 나누고 기억을 나누고 꿈을 나눔으로써 ;초기이스라엘 공동체'라는 평등주의적 사회체를 구현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들 간의 화해, 아니 공존이 지파동맹 시대 이스라엘의 신앙이고 삶의 토대였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강박적 배타성의 칼날 '살기 번뜩여'
지파동맹 시대 이스라엘의 신앙을 이 같이 분석한 김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종교다원주의' 및 '종교혼합주의' 문제를 끄집어 냈다. 그는 "이 두 용어는 한국교회에서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며 일종의 우상숭배의 주된 양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종교다원주의 혹은 혼합주의에 대한 강박적 배타성의 칼날은 최근 들어 전에 비해 훨씬 날카롭게 살기를 번뜩이고 있다"며 "혐의 있는 학자를 교수직에서 면직시키고, 사상검증기구를 만들어 연구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했다.
김 목사는 특히 2008년 5월 20일에 NCCK 홈페이지에 게재된 <생명의 강 살리기 종교여성 공동기도문>을 둘러싼 논란을 그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김 목사는 "(공동기도문은)각 종단 간 예전의 형식이나 표현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 생태 공동체로서의 한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종교 간 대화의 한 틀을 제시한 것"이라며 "각 종단의 전통적인 신앙 양식의 시각에서는 적지 아니 낯설고 문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생태 공동체로서 서로 연대감을 갖고자 한다는 취지에서는 그 낯설음이 도리어 자기중심주의를 넘어서 삶을 나누고 꿈을 나누는 기억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논란의 배후도 지목해 더 큰 관심을 끌었다. 김 목사는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정국을 맞아 보수주의가 한껏 위축되고 있던 상황이 가로놓여 있는 듯이 보인다"며 "일종의 국면 전환용으로 제기된 교회주의적 공안담론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지파동맹 시대 이스라엘의 신앙을 곱씹으며 "거의 모든 한국 기독교인들의 공통 감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직 야훼'라는 편집증적 자의식은 우리 외부의 모두를 적으로 환원시켜 버린다"며 "자기가 주장하는 것에 동조하지 않으면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자폐적 독선주의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