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박사 |
세례를 받으면서 시작되고 십자가 사건으로 마무리될 때까지의 예수 공생활 기간은 어는 정도나 될까? 아무리 복음서를 자세히 읽어보아도 공생활이 정확하게 몇 년, 몇 월, 몇 날부터 시작해 모년, 모월, 모일에 막을 내렸다는 식의 사실 보도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서에 나오는 최소한의 암시들에 기대어 공생활 기간을 추론해 내야만 한다.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가 등장했을 때 아비야 조에 속하는 즈가리야가 성전의 사제로 있었고(누가 1,50), 티베리오가 로마 황제로 즉위한지 15년이 되었으며, 본디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있던 때였다(누가 3,15-16). 그리고 성전을 지은 지 46년째 되는 해였다고도 한다(요한 2,20: 헤로데 대왕은 기원전 20/19년부터 성전 신축 공사를 시작했다). 이런 저런 성서의 보도를 근거로 할 때 역사적으로 대략 서기 27/8년경에 예수가 공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예수가 숨을 거둔 때는 그가 공생활을 시작했던 때보다 훨씬 정확하게 날짜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은 유다인의 안식일(토요일) 전날이며, 부활한 날의 사흘 전이니 금요일일 테고, 그 때는 마침 과월절(해방절) 기간이었다. 그러니 역사적으로 과월절과 주말이 겹치는 기간을 찾으면 되고, 서기 30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자에 따라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생을 마감한 날을 유다 절기로 과월절 전날인 니산월 14일, 서기로 계산하면 정확히 30년 4월 7일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슈낙켄부르그, 브라운, 정양모).
앞에 제시한 시간 계산에 따르면 예수는 대략 2-3년 정도 공생활을 한 것인데, 마태, 마가, 누가복음서 등 공관복음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모순이 한 가지 발견된다. 공관복음에 보면 예수는 생애 말기에 단 한차례 해방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방문했고(마가 11,1-11; 마태 21,1-11; 누가 19,28-40),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관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는 예루살렘을 한 번 방문한 셈이니, 유다인의 종교 관습을 감안할 때 (당시에 이스라엘 성인 남자에게는 축제 때 예루살렘 순례 의무가 있었다) 그의 공생애는 1년 미만이 된다. 앞의 2-3년이라는 기간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그러나 아직 난감해 하기는 이르다. 다행히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가 최소한 세 번 예루살렘에 방문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요한 2,13;6,4;11,55). 공관복음과 요한복음 중 어느 쪽 보도에 신빙성이 있을까? 과연 예루살렘 방문은 한번이었을까, 세 번이었을까? 우선 예수가 유대교라는 테두리에 매이지 않으며, 하느님과 직통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십분 감안할 때 그깟 순례 의무 따위가 무어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라는 추리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예수의 공생활이 몇 년이 되었든, 메시아로서의 처신답게 생애 마지막에 딱 한번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실현시키려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학적인 중량감이 더해진 사고방식이고, 상식적으로 볼 때는 예수 역시 유대인이었으니 만치 요한복음 식으로 세 번의 예루살렘 방문이 옳을 수도 있다. 아무튼 요한복음의 보도에 신빙성을 둔다면, 위에서 제시한 대로 예수의 공생애가 2-3년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에 믿음직한 근거를 더하는 셈이다.
그리스도 교회의 가르침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수의 공생활을 3년으로 잡는데, 이는 요한복음의 보도와 비교적 잘 들어맞는다. 누가 3,23에 나오는 대로 예수가 전도를 시작했을 때 약 30세쯤 되었다면, 생을 마감한 때에는 예수의 나이가 대략 33세(혹은 35,6세) 쯤 되었을 것이다.
박태식 박사(서강대, 가톨릭대, 성공회대 신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