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보수 진보를 막론해 그리스도인 반성을 촉구해야"

2010년 그리스도인 선언 준비 토론

  ▲오는 부활절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를 앞두고 선언문의 초안을 토론하기 위한 모임이 8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됐다.ⓒ김정현 기자

개신교 진보진영 인사들이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기에 앞서 선언문 준비를 위한 토론 모임을 8일 오후 5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소예배실에서 열었다.

부활절을 전후해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발표될 이번 선언문은 지난해 개최된 '한국민중신학회 전국대회'에서 서광선 목사(이화여대 명예교수)와 김경재 목사(삭개오 작은교회)가 현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에 우려를 표하고, 진보진영이 목소리를 결집시키는 진보연대를 제안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날 모임은 본격적인 연대에 앞서 한국사회에 전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된 2차 초안은 군부 독재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발표한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1998년 발표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신앙선언’을 계승하고 있으며 크게 1.시대의 징조, 2.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참회, 3.한국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 4.생명과 평화로 가는 길, 5.생명과 평화를 위한 연대 등 총 5개의 대주제로 구성됐다.

이날 참석한 20여 명의 인사들은 두 번째 초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석한 강원돈 교수(한신대)는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구체적 작업이 3개월이 걸렸다”면서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회개와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백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선언문 초안 작성의 방향성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번 선언문에서 반영해야 할 내용이 폭이 넓고 깊이로 따져도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크게 생명과 평화에 초점 맞춰 선언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명예교수)ⓒ김정현 기자

강 교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 되고 있는 생명운동이 현재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하며 “선언문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생명을 파괴하고 죽이는 구조들과 요인을 극복해 나가면서 생명이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초안에서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를 한 데 묶는 신학적 구도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진보 진영의 연대를 제안했던 김경재 목사(삭개오작은교회)는 이번 선언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솔직한 동기는 보수 기독교의 모습이 기독교의 전부라고 폄하하는 것을 보다 못해 그것이 기독교의 전부가 아니라고 외치는 기독교인들이 이 땅에 있다는 것을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선언문의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설명하며 “보수 진보를 막론해 그리스도인의 반성을 촉구하고 더불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비전과 자세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기독교인 자체 정화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라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비전을 선언문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조직신학)는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반대 내용이 추가되어야 하고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이 더 이상 단일민족이 아니라 아시아의 한국임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작은 국가 정체성에 벗어나 지구적 정체성과 평화 통일 문제에 대해 강조해 보충해 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과 1988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신앙선언에 참여한 바 있는 서광선 박사가 이번 선언문의 전반적인 구조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첫번째 초안에 비해 두번째 초안은 상당히 발전했다면서도, 신학과 사회과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내용이 많아져 핵심이 뭔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흐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수정의 필요를 말했다.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김정현 기자

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과 예수의 하나님나라 선포의 내용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선언문이 너무 기독교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작성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언문에는 가치 다원주의에 대한 이해가 나타나 있지 않다” 면서 “종교 다원주의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양한 사회 속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선언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에 서명을 할 때 우리 한 개인으로 선언문에 서명하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약하게 된다. 교회들이 서명을 하는 방법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지석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반성을 담아야 한다며, 특히 “교회가 정치와 유착돼 권력화된 상황을 선언문에서 지적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그렇다면 진보진영에서의 반성은 없는 것인지 지난 10년의 부끄러운 부분도 되돌아 보고 이번 선언문에서 이 부분이 언급되어야 한다고 했다.

선언문은 이번에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하고 수정 과정을 거쳐 부활절을 전후로 한국 사회와 교계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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