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 이후로 아동 성폭력과 범죄자의 인권 문제가 사회 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전자발찌법 발효(2008년 9월) 이전의 성 범죄자들에게도 출소 이후 전자발찌를 착용시키는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이 논의되고 있고, 또 다른 사회 일각에서는 전자발찌만이 근본적으로 범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모든 관심이 가해자의 처벌 문제에만 휩싸여 정작 성폭력 피의자에 대한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건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처벌이 아닌 재발을 막을 대책을 강구하는게 먼저라는 주장이다.
▲이해동 목사 ⓒ베리타스 DB |
이해동 목사(NCCK 인권위원회 후원회 회장)는 극악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형벌을 가중시켜 해결해 보겠다는 것은 범죄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시대건 범죄가 없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사회 전체적인 가치관의 문제이고 국민들의 도덕적 의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도덕적 불감증을 바로잡게 하는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지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형벌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습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 치료요법’과 관련해 이 목사는 “범죄라고 하는 것이 누구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나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범죄자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또한 회개하고 올바른 사람이 될 수 도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신체적인 장애자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정신질환도 사회적 병리 현상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범죄자 한 사람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극악한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전체가 병적 시민사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 도덕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찾기보다 먼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봉호 교수 ⓒ베리타스 DB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문위원장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극악 범죄와 관련해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손 교수는 “나는 20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사회에 음란물, 폭력물이 점점 넘쳐나면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며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그런 것들의 규제를 하나씩 풀다보니 성폭력 문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은 “근본적으로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동 성범죄자의 인권에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목사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손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 등과 같은 극악 범죄자들의 인권에 대해 "약자를, 그것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약자를 방조해서 인권을 빼앗은 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손 교수는 김길태 또한 사회구조악으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가 아닌가라는 의견에 대해서 “인권을 과잉 침해해 사람을 죽인 것은 응당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가령 그 사람이 완전히 사회구조악적인 환경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이 판명된다면 그 말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명된다면 그는 적어도 다른 사람은 죽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손 교수는 “범죄자에 대해 스스로를 제어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다"며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그것이 범죄자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