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이은선 교수 ⓒ김정현 기자 |
유교는 그동안 사회 내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낳았다는 이유로 여성신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온 터라 이 교수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유교 전통이야말로 계급주의와 권위주의의 상징이 아닌가 하고 매우 놀랄 것"이라며 "사실 지금까지 전통적 삶에서 유교는 그러한 측면에서 주로 적용되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유교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가 아닌, 유교의 '세속주의적 초월성(a secular transcendence)'을 들어 성(性)평등성 확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유교는 무교나 불교 또는 기독교와도 다르게 전통적으로 제의를 담당하는 '성직자 그룹'을 따로 두지 않았다"며 "물론 가부장이나 적장자라고 하는 나름의 구별이 있기는 했지만 모든 가정에서 그 가정의 세속적 연장자가 일종의 성직자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세속화 시대에 가장 '최소주의적으로' 종교적이면서도 동시에 초월(聖)의 의미를 담지할 수 있는 전통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유교적 성(聖) 이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교는 기독교에 나타난 전통적인 신인동형론적 '하나님'(God) 개념과 비교해 더 보편적이고, 모든 인간이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하늘'(天)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궁극자를 표현한다.
또 한 특정한 인물에 한정되는 구원론 대신에 ''성(性)'이나 '덕(德)'이라고 하는 모든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소여된 하늘적 근거에 기초해서 삶의 이상을 제시한다고 했다.
이에 이 교수는 "오늘날과 같은 세속화 시대에, 그리고 특정한 민족이나 인종, 성(性)의 구별을 떠나서 모두가 보다 보편적으로 궁극과 접촉하는 것이 요청되는 때에 유교의 이러한 측면은 큰 공감을 살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유교와의 대화를 통해 여성신학 함에 새로운 발견한 이 교수는 "페미니스트 사고와 종교다원주의 사고가 만나 손을 잡으면 지금까지의 기독교 신학이나 종교연구에서 이루지 못했던 다양하고, 풍부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신학과 유교와의 대화를 오랜 기간 시도해 온 이 교수는 자신이 연구하고, 정리하고 있는 '한국 생물(生物)여성영성의 신학'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기독교 신학계에 많이 회자되는 '생명(生命)신학'보다 더욱 더 만물을 포괄하고, 소위 물질과 무생물이라고 하는 영역까지 포함해 그 모든 영역을 살리는 의미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용』 26장을 살펴 본 이 교수는 "여기서 생물(生物)이라는 표현이 보이고, 이것은 세상의 만물을 창조하고, 살려내고, 보육하고, 화목케 하는 '하늘과 땅의 원리'(天地之道)를 서술하는 것"이라며 강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