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응기 동국대의료원장 ⓒ이지수 기자 |
국내 모든 성직자들의 치료비 25%를 대주겠다고 공언한 병원이 있다. 불교 조계종 종립(宗立) 동국대의료원이다. ‘의료’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종교간 대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이번 결정은 민응기 동국대의료원장의 것이다.
10일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성직자들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라며 “그 분들의 짐을 내가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진료하러 나서던 그를 만나 이번 결정의 배경을 물었다.
평소 종교간 대화에 관심이 많으셨나?
-아주 많았다. 대학 다닐 때(서울대 의과대학) 연세대에서 기독교신학자였던 변선환 목사님과 불교철학자였던 이기영 교수님이 토론회를 열었는데, 제목이 ‘기독교와 불교의 만남’이었다. 일부러 찾아가서 들었다. 토론의 결론은 ‘천당은 하나인데 들어가는 문이 다르다’는 거였다. 종교가 뭐냐를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거였다.
모든 성직자에게 25%면 적지 않은 액수다.
-사실 경제적으로 손해다. 그런데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 계산 안 하는 이유는 다른 데서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채우면 되는 거니까.
‘의료’ 부문에서 종교간 대화를 실천하는 것이 어떤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성직자라는 것이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 아니다. 희생정신, 봉사정신, 소명의식 같은 게 바탕이 되어서 성직을 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직자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더 다닐 수 밖에 없는데 노후보장이 제대로 안돼 있으니 나이 들어 아파도 병원 오기 힘든 경우도 있고.
그 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쁘다. 그 대상이 목사님이면 신부님이면 어떤가. 사랑은, 자비는, 상대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베푸는 것이 마땅하고, 사회 전체가 그렇게 어우러졌으면 좋겠다.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가능케 하는 불심은 어떤 것인가?
-누구라도 와서 대접과 치료받고 완쾌되어서 가주면, 그게 부처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한 인술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저 내가 할 일은 몇 사람이 오든 누가 오든 성의를 다해 진료하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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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의료원은 3월 9일부터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국내 모든 종교의 성직자들의 치료비를 최대 25% 감면해준다. 일산병원, 경주병원, 분당한방병원 등 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 모두 적용되며, 신분 확인은 교단 발급 성직자 등록증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