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와 가입교단들이 지난 22일 기독교회관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정현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권오성 총무)가 22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발언’에 대한 NCCK 및 회원교단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형은 ‘사법살인’ 및 ‘국가폭력’이므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NCCK를 비롯해 가입교단인 예장통합(총회장 지용수 목사)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직무대행 이규학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현배 목사)의 3개 교단에서 사형제 반대에 대한 공식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구세군대한본영 등은 아직 내부적 교단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관계로 이날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NCCK의 입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NCCK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귀남 법무장관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규탄하면서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의 생명권은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인간 생명은 어떤 이유로도 박탈될 수 없고, 공권력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NCCK는 또 “흉악범의 증가 원인은 경제만능주의, 경제 양극화의 심화, 인간적 소외현상 등으로 인한 사회적 병폐에 기인한 것으로 그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에도 피의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시대흐름을 역행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생명중시의 가치관 확립을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수립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어 예장통합의 최세근 목사(예장통합 인권위원장)와 기장의 이훈삼 목사(국내선교 국장), 기감의 신복현 목사(국내선교 국장)가 사형제도 반대를 골자로 하는 각 교단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1987년부터 사형폐지 운동에 앞장서 왔던 문장식 목사의 모두 발언 시간이 있었다. 문 목사는 “나도 흉악 범죄를 저지른 놈들은 마땅히 죽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면서 “그러나 사형장 입회를 통해 74명의 사형수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또 아무리 완벽한 판결이라도 오판이 있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간첩혐의로 사형집행을 받은 사형수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죽는 순간까지 대한민국만세를 부르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목사는 “형법에 계획살인은 사형이지만 우발적 살인은 무기징역이다"라며 "그러나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초동수사 때부터 우발적인 범죄였음에도 계획살인으로 고백하게 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문 목사는 "사회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팽팽한 양립의 입장이 있지만 기독교인만이라도 새계명을 받아놓고 율법의 시대로 돌아가지 말고 용서와 사랑의 복음의 정신에 입각해 목소리를 내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CCK는 향후 일정에 관해 오는 3월 25일 쯤 범 시민사회와 연대한 사형제도 반대 입장 발표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