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한국기독교장로회 2010 부활절 메시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생명이 마침내 죽음을 넘어선다는 확인이고,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궁극적인 희망이며, 인간의 죄와 역사의 악에 대한 준엄한 심판입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 앞에 감사와 영광을 돌리며 겸허한 자세로 부활의 은총을 찬양합니다. 부활 아침에 무덤을 찾은 제자들이 갈릴리에서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음성을 들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활의 주님은 지금 우리들 삶의 현장에 함께 계십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일상 안에 살아계심을 증언하는 소중한 사명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깊은 의미를 간직한 2010년,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삶과 역사 속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합니다.

1. 부활은 어둠을 물리치는 희망의 빛입니다.

인간과 물질이 최고 가치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하나의 부속품처럼 추락한 현대인들은 죽음, 소외, 질병, 가난, 분쟁, 무의미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자유를 내세워 하나님을 제거한 현대는 구원의 길을 상실한 채 그 어느 때 보다도 어둠 속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이 어둠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두려움과 절망 앞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우리들 곁에 다가오셔서 평안하라고 격려하시며 삶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빛을 주십니다. 그래서 주님의 부활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명, 공동체, 치유, 평화,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시는 은총의 사건입니다.

2. 부활은 창조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현대는 극단적인 편리, 쾌락, 이익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 결과는 생명 전체의 질식으로 나타났으며 아이티와 칠레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대규모 재앙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국민적 공감대, 전문적 검토, 민주적 절차 없이 진행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전 국토의 파괴라는 악몽 같은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동족상잔의 불행은 60년이 지나서도 종전과 평화협정에 합의하지 못한 채 여전히 휴전 상태입니다. 또 하나의 ‘우리’인 북녘 동포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기아로 사지에 몰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관계는 나눔과 협력이 아니라 긴장과 대결로 치닫고 있습니다. 또한 험악한 군부독재의 폭력에 맞서 어렵게 되찾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바탕인 삼권 분립이 흔들리고, 언론을 비롯한 공공성은 현저히 약화되었습니다. 이 위기를 민주적으로 타개할 소통의 정치는 실종되고 일방적 힘의 논리가 군림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모든 불행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방관합니다. 어렵게 이룩한 선진사회의 자부심이 무너지고 한숨과 절망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암담한 현실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주십니다.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온 생명이 소중하며, 계층, 지역, 성, 지위, 세대를 넘어 모두가 존중받으며 살아야 할 고귀한 존재임을 선언하십니다.

3. 부활은 믿음의 재탄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학적으로 실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믿음으로 부활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믿음이 새로운 삶과 역사의 관건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총체적으로 믿음을 상실하였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세상, 기성세대의 조언을 새 세대가 수용하고 새 세대의 도전을 기성세대가 기뻐하는 세상,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상대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연약한 이들은 보다 나은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세상, 인간과 창조세계가 하나 되어 호흡하며, 남과 북이 대립을 넘어 뜨거운 동포애를 나누는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마음 모아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 거룩한 꿈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합니다. 믿음 없이 진행되는 정부와 국민의 대화, 남북한 협력, 지역 간 화해, 계층 간 연합, 과학기술의 발전 등은 허무하거나 두려운 미래를 잉태할 뿐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믿음을 상실한 우리 시대를 향해 인생과 역사의 기초인 믿음의 부활을 독려하고 계십니다.

2000년 전 어둡고 두려운 무덤을 뚫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의 한국 교회를 향해 준엄한 심판과 따뜻한 위로를 함께 보내십니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부활하신 주님을 무덤 속에서 찾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힘을 숭배하는 세속주의를 버리고 겸손히 십자가를 지심으로 부활의 영광에 이른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부활의 생명을 온 삶으로 증언하다가 고난을 당해도 지치지 말고 새로운 용기를 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을 향한 희망, 생명, 믿음의 공동체로 부활해야 합니다. 2010년, 바로 우리들 곁에, 부활하신 주님이 생명으로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2010년 4월 4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 현 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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