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일제치하서 꽃핀 기독 여성들의 첫 에큐메니컬 운동

양성평등위 토론회서 이덕주 교수 강연

  ▲26일 오전 10시 30분 NCCK 양성평등위원회의 주최로 '기독여성 관점에서 본 한일강제병합'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김정현 기자

올해는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을 맞는 해다. 일제의 무단 통치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자 독립운동가들은 해외로 망명을 떠나거나 지하 벙커로 숨어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이 민족의 독립 운동이 일제의 강한 억압에 의해 소강 상태에 접어들던 시기에 보이지 않지만 뚜렷하게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며 계속적으로 독립 운동을 해온 이들이 있었으니 '기독 여성'들이었다.

이 '기독 여성'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26일 NCCK 양성평등위원회 주최로 기독교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독 여성 관점에서 본 한일강제병합'이란 토론회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기독 여성들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한국 기독여성들의 민족과 세계 연대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한 이덕주 교수(감신대, 한국교회사)는 "일제의 무단 통치가 도를 더해가던 1913년, 기독교 여성들이 '겁 없이' 민족운동 단체를 결성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름하여 송죽형제회(松竹兄弟會).

'송죽결사대'로 불렸던 이 단체는 평양에 있던 숭의여학교 교사와 학생, 졸업생들로 조직된 비밀결사였다. 이 교수는 "송죽형제회는 철저히 교회 여성들로 조직되었을 뿐 아니라 감리교와 장로교 여성들이 초교파적으로 참여했다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송죽형제회 결성의 배경이 된 숭의여학교는 1905년부터 감리교회와 장로교회가 연합으로 운영하던 '초교파 기독교 학교'였다. 따라서 감리교 여성과 장로교 여성이 숭의에서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교리와 신조의 장벽을 넘어 서로 이해하며 협력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런 경험은 "나라를 구하자"는 민족적 과제 앞에 교파와 종파를 초월해 연대하는 우리 민족의 '에큐메니컬 민족운동'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송죽형제회는 '기독교 여성 에큐메니컬 민족운동'의 효시가 되었던 것이다.

송죽형제회는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되는 조직으로 회원들은 대게 회원들의 생일잔치를 위장하여 월 1회 회원 집을 돌아가며 모였다. 모일 때마다 태극기를 펴놓고, 기도회를 가진 후 매월 30전씩 회비를 거두어 국외로 망명한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다. 당시 학교에 내는 월사금이 50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회원들은 이 회비를 마련하기 위해 베갯모, 타래버선, 수조끼, 수돌띠, 털 조끼, 성경책 주머니, 회중시계집, 도장집 등을 만들어 팔았고, 심지어는 떡 장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송죽형제회는 한말 이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던 민족 독립운동에 여성들이 적극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면서 "105인 사건으로 그동안 민족운동을 이끌던 남성 민족운동가들이 해외로 망명하거나 지하로 몸을 숨긴 '민족 운동의 공백기'에 여성들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등 적극적인 독립운동을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송죽형제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덕주 교수의 발제와 더불어 △2010년 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의 과제 △기독여성의 관점에서 본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주제로 양미강 목사(세계NGO역사포럼 운영위원장, 한백교회), 임희숙 교수(한신대, 기독교교육)가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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