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평화를 위해, 기독교와 불교가 해야 할 일은?

김은규 교수, 기독교와 불교의 평화사상 비교

   ▲대화문화아카데미 '화엄 세계와 하느님 나라 비교 연구 모임'. 27일,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 ⓒ이지수 기자

21세기를 맞는 인류의 공통된 숙원은 평화였다. 그러나 세계대전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21세기 초반은 또 다시 피의 비극으로 얼룩져야 했다.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었다.

27일 신학자 김은규(성공회대 교수)와 불교학자 장진영(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이 만나 ‘평화’에 대해 얘기했다. 기독교의 ‘하나님 나라’와 이에 상응하는 불교의 개념인 ‘정토’가 각각 지향하는 ‘평화’에서 ‘공통점’을 찾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종교가 비극 생산의 주체가 되는 현실을 바꿔보려는 노력인 셈이다.

두 학자의 대화 마당은 27일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에서 신학자 이찬수, 류장현, 김판임, 불교학자 석길암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화문화아카데미 주최로 열렸다.

   ▲김은규 교수 ⓒ이지수 기자

김은규 교수는 구약성서의 ‘이사야’에 나타난 평화사상(기원전 8세기)과 원효(기원후 7세기)의 평화사상을 비교했다. 이 둘 사이에는 “시간적으로 1천 년의 차이가 있고, 공간적으로도 서로 교류가 없는 위치에 있지만”, 둘 다 “제국에 둘러싸여 있었고, 전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으며, 왕과 귀족이 민중을 지배하여 빈부격차와 착취구조가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지배층에 동조하는 가운데 이사야와 원효는 “그와 같은 현실을 극복해보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었다.

이사야와 원효는 ‘평화’를 말했다. 그런데 이 평화는 단순한 심적 위안으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민중이 처한 억압의 현실을 타파함으로써 얻어지는 평화를 의미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이사야의 사회정의에 대한 목표의식은 분명하다. 이사야 1:17에는 ‘억압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며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고 되어 있다. 이사야는 제국의 멸망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예언한다. ‘만군의 주께서 그들(제국들)을 나뭇가지 치시듯 요란하게 치실 것이니…’(이사야 10:33)”. 김 교수는 이사야의 평화 개념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제국과 전쟁이 사라지는 세상을 바라는 것”, 그리고 사회정의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원효의 평화사상도 ‘민중’을 위한다는 점에서 이사야와 비슷했다. 원효가 보급한 정토신앙은, 누구나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기만 하면 극락정토라는 지극히 즐겁고 깨끗한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신앙으로, 이는 지배층으로부터 수탈 당하던 민중을 사로잡았다. 김 교수는 “궁극적 정토는 억압과 폭력이 사라지고 빈곤과 착취, 노예 상태가 끝나며, 신분과 귀천, 외모 등 일체의 차별이 없어지는 평등사회다. 원효는 고통 받는 민중에게 자유와 평화의 가르침을 전하였다”고 <한국불교통사>(정의행 저)를 인용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계 역사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독교와 불교 등 각 종교가 공동의 노력을 이행해야 함을 밝혔다. 특히 오늘날의 평화는 미국이 ‘세계의 제국’으로 군림하는 구체적인 상황의 개선을 수반해야 한다며 “역사상 유일하게 한 국가가 전세계를 지배한 사례인 ‘제국 미국’은 금융, 과학, 우주, 첨단기술, 농업 등 전 분야에 걸쳐 독점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IMF, IBRD 등 금융기관과 WTO, FTA 등 기구를 통하여 모든 국가들의 장벽을 거두어내고 여기에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으며, 군사력을 기반으로 전세계 국가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 내적인 개혁도 시도돼야 함을 밝혔다. 그는 “21세기는 탈권위 시대로서 제국주의와 봉건적 권위에서 벗어나는 문명의 전환이 시작되었는데도, 종교는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에 있는 듯하다”며 종교부터 기득권과 제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인류 평화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어 발표한 장진영 박사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 나라’가 불교의 ‘정토사상’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화엄일승에서 본 정토의 의미를 소개하는 논문 <화엄일승정토사상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이번 모임은 대화문화아카데미의 <화엄 세계와 하느님 나라 비교연구 모임>의 세 번째 모임으로 열렸다. 연구모임은 올 상반기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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