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이유

“6.25때 임진강에 날 버리려 했던 ‘아버지’ 얼굴 떠올라”

 ▲지난 29일 열린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 3월 월례 세미나에서 한국염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김정현 기자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의 3월 월례 세미나가 지난 29일 오후 6시 서울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여성 신학자 한국염 목사가 ‘여성 신학적인 관점에서 본 민중교회’란 주제로 강연했다.

한 목사는 이날 신앙을 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 민중목회, 이주민 목회에 뛰어든 이유들을 하나 둘씩 풀이하는 것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 목사의 어릴 적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69년 신학교에 가 보니 제도에 막혀 여자는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하나님은 아버지이고 아버지는 남자니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내 눈으로 어머니 하나님을 발견하다.

   ▲한국염 목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 차마 부를 수 없었던 사연을 어렵게 꺼냈다. ⓒ김정현 기자

한 목사는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줄곧 하나님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버지'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6.25 피난길에서 임진강을 건널 때 안내원이 다가와 아기가 울면 어떡하냐고 닥달하자, 아버지는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어린 한 목사를 임진강에 던지려고 했다. 이때 그의 어머니가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이를 업고 배에서 내려 초겨울 임진강 그 찬물을 건넜다.

전쟁 후 어머니를 따라 열심히 교회를 다녔던 그는 위의 내용을 알게 된 이후부터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으로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는 순간 임진강에서 자신을 버리려고 했던 얼굴도 모르는 그 아버지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그는 이사야서 46장을 읽으면서 어머니 같은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사를 장황하게 풀어 놓는 이유에 대해 "여러분이 여러분의 눈으로 여성의 경험을 갖고 성서를 읽을 때, 성서는 여러분의 것이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증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변혁의 힘을 준 마리아의 노래


이어 한 목사는 자신이 교회여성운동가로서, 교회 목회자로서, 그리고 이주여성운동가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목회에 신학적 전거가 된 것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임신한 것을 알고 부른 노래인 눅 1장 46절 이하의 ‘마리아의 찬가’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이 구절을 해석하면서, "마리아는 당시 여성에게 씌워졌던 정조라는 굴레를 과감히 떨쳐 버리고 해방의 새날을 노래한다"고 표현했다.  마리아는 이 노래에서 자신을 고난 받고 신음하는 모든 피조물과 같이 여긴다. 그리고 이들의 해방을 노래한다. 이에 관해 한 목사는 “차별 받고 있는 여성들이 교회에서, 사회에서 마리아의 찬가를 삶에서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이 자신의 목회 비전”이라고 했다.

한 목사는 또 “마리아처럼 나는 천하게 여김을 받는 여성들이 여성들을 돌아보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처럼 목숨을 걸고 결단해서 일어나는 여성들을 통해 이루어 진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교회 여성들이 일어나 마리아의 노래를 부르면서 여성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존중 받고 차별 없이 사는 세상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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