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며, 서울 한 중형교회의 젊은 장로이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그가 한국교회에 기여한 것은 별로 없지만, 양화진문화원은 그런 그를 ‘2010 양화진 목요강좌’의 연사로 세워 ‘미래사회와 한국의 기독교’를 주제로 강연하게 했다. 한 크리스천 지식인이 바라본 한국교회의 모습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염재호 교수 ⓒ김정현 기자 |
염재호 교수는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 10가지’를 이날(1일) 합정동 양화진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열린 강좌에서 조목조목 전했다.
그는 수능을 앞두고 교회에서 열리곤 하는 ‘수능기도회’가 제발 그만 열렸으면 했다.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기를 기도하는 부모들을 보며 한국교회가 물질적 축복만 강조하고 영성의 궁핍에 시달리는 단면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물질적 축복은 “덤으로 주어지는 거지, 그게 본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회가 너무 엄격한 것도 그에게는 답답하다. “한국교회가 얼마나 획일적인지 모른다. 자기가 하는 신앙 스타일만을 하나님께서 받아들여주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들이 ‘왜 중고등부예배가 아닌 저녁예배를 나온 것을 아이들 개근상에 쳐주냐?’면서 싸우고, 성가대 임원은 성가대원들에게 ‘3번 지각하면 자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곤 “답답했다”고 한다.
또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는 열심히 하면서 국내 선교는 그만큼 열정적으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해외 선교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까운 동네도 선교가 안 되고 있는 경우가 있고, 노인들만 있는 시골은 거의 선교의 사각지대화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교회 교인들이 ‘감성적 신앙’에 치우쳐있는 현실도 바뀌었으면 했다. 그는 “경배와 찬양이 신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러나 그게 신앙의 도화선은 될 수 있어도 신앙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라며 ‘독서클럽’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한 이지적인 신앙에의 추구가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장 평등주의적이어야 할 교회에 어떻게 ‘유교문화’가 범람하게 됐는지 물었다. 대개 교회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어린 자보다 연로한 자가 더 큰 권위를 쥐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염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젊은이들이 더 이상 교회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교회의 미래 없이 한국사회의 미래도 없음을 말하며 변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