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서울대 법대 교수가 신간 <법으로 사랑하다>(홍성사)를 펴냈다. 제목에서 ‘사랑’은 기독교적인 사랑을 뜻한다. 이 책은 한 법학자가 어떻게 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했는지에 대한 에세이다.
그에게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는 ‘성직자’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는데, 이유는 “자신의 직업을 성직으로 일구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교수가, 법학자가, 또 공정거래위원회장(前)이 성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이재철 목사는 크리스천 직업인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며 자신의 직업을 성직으로 만들어보기를 제안했다.
법학자 권오승
권오승은 체제전환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그 나라의 현지인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런 나라들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한국과 비슷한 처지의 아시아 나라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그는 한국 기독법률가들의 모임인 AK(Advocates Korea)에서 활동하며 키르기스스탄의 사법개혁을 지원했으며, 아시아법률가대회를 몽골,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개최해왔다. 그 과정에서 체제전환국의 제도 정비와 법률가 양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2004년 ‘사단법인 아시아법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러한 비전의 연장선상이었다. 이 연구소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법과 제도를 비교 연구하고 있다.
교수 권오승
경제법을 전공한 권오승의 꿈은 “경제법을 통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경제질서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러한 생각을 교육 현장에도 반영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경제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학생들이 경제법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법률가로서 장차 바람직한 경제질서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를” 기도한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경제법을 비교하며 공통점은 발전시키고 차이점은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축복 받은 한국이 아시아경제공동체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예 학생들의 ‘신앙 지도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서울대 법기독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아 학생들과 찬양과 기도하고 신앙문제를 상담해준다. 영어성경공부 모임도 1993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권오승
2006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질서의 기본법인 독점규제법의 집행과 경쟁정책을 총괄할 수 있게 된 것은 평생 연구해온 경제법의 이론을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도전의 기회”로 이를 여겼다고 밝혔다.
권오승은 회심 후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노력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가’ 대한 의견이 분분한 독자들이 그의 이러한 생각에 100%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천이라면 ‘전공’과 ‘직업’을 신앙 안에서 재정립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이를 실천하였던 그의 기본 자세만큼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