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민중신학서 본 ‘장공’…“하나님 향해 모험을 하자”

제 21회 장공사상 기념 목요강좌 개최

▲지난 8일 한신대학교 신대원에서 열린 제 21회 장공사상연구 목요강좌에서 김희헌 박사(한신대 외래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불안, 공포, 초조 등을 이유로 종교에 들어온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향하여 모험하는 사람들이다!  기독교 신앙은 자신의 고독을 딛고 하나님을 향해 나서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8일 (사)장공김재준목사기념사업회가 ‘민중신학에서 본 장공 김재준의 진리론: 하나님을 믿고 모험하라’는 주제로 제 21회 목요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희헌 박사(한신대 외래교수)는 장공 김재준 목사가 한 평생 추구했던 <진리론>을 통해 오늘의 사람들이 배워야 할 교훈을 알아보고, 오늘날 사용되는 해석학적 관점과 기준으로 장공사상이 지닌 특징을 재해석했다.

장공이 본 진리는 무엇인가?

김 박사는 “장공은 하나님의 말씀이 육화된 그리스도 사건이 기독교의 핵심이라면, 그 말씀을 구하는 기독교 진리 역시 역사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생생한 생명력을 지녀야 할 것이며, 또 반대로 기독교 진리를 논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길러내는 창조적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공은 역사적 실재와 그 실재 속에서 새롭게 움터오는 것들을 외면하는 진리 주장들 즉 ‘절대무오설’과 ‘축자영감설’이라는 시위대로 ‘성전’이라는 궁궐을 방위하는 신앙체계, ‘바리새적 율법주의’로 타락한 교리주의,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고 맘몬 신을 부활시킨 성공적인 교회주의 등은 기독교 진리를 외면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또 “장공은 진리는 추상이 아니라 삶의 길이요, 객관적인 보편체계가 아닌 생명적인 진실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장공의 진리론은 생동하는 세계와의 맞섬, 만남을 통해 거기에서 길러지는 육화된 지혜를 바탕으로 전개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진리의 파악 방법은 칸트 이후 전통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해 온 기독교 신학의 방법론을 뒤엎는 것이다"라며 "참과 거짓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을 추상적인 관념에 대한 충실성에서가 아니라 실재와의 맞섬과 참여로 가려내려 했던 장공의 진리론은 한국신학을 교리의 포로상태에서 탈출시킬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자유정신의 모험과 신앙

김 박사는 장공의 자유정신과 모험신앙에 관련해 “장공은 대부분의 교회신학이 교권이라는 버팀목과 교리라는 안전에 의존해 창조적인 역사가 빚어내는 실재의 도전을 회피하며 안일한 평화를 구가할 때, 그는 실재와 맞서며 그 안에서 새로운 창조행위를 진행하는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장공에 따르면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종교적 관념에 속지 않고 그리스도 상(象)보다는 그리스도를 보길 원하며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그 무너진 하늘의 틈바구니로 말없이 뾰족이 치밀어 오르는 삶의 힘으로 믿음을 구성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하나님을 향하여 모험하는 사람이다”고 했다.

김 박사는 장공은 기독교 신앙이 올바른 진리정신을 획득해 종교로서의 본성을 살아갈 때 절대주의에 농성하거나 상대주의에 항복하는 극단의 삶을 살지 않고 신앙 안에서 참된 모험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모험은 실존적 인간의 신념에 근거한다기보다는 사랑과 자유 안에서 숨 쉬고 자라나는 모험이기에 모험은 고독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지만, 또한 영원한 분에 대한 믿음 때문에 허무한 것에 굴복하지 않는 모험이라고도 했다.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향한 전진

이어 김 박사는 장공의 사랑의 공동체를 향한 비전을 설명해나갔다. 그는 “진리정신의 모험은 전통과 이단의 논쟁을 넘어서게 하고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라는 궁극적 비전을 피어오르게 한다”면서 “장공은 기독교 신앙이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향한 비전>을 상실했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문제를 갖고 옥신각신 싸우게 되고 기독교 진리 역시 사소한 것이 되고 상대화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공은 이 세사상이 하나님의 창조의 구속활동의 터전이요, 하나님은 이 세계에서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지어가는 분으로 보았다”고 설명하면서 “장공은 이 세계를 닫힌 질서의 공간이 아닌 생명이 가득찬 산우주의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속량사업을 ‘세상에서 나와서 하늘로’라고 곡해했는데 만약 그렇다면 왜 굳이 하나님이 이 세상 속으로 성육신하셔 그리스도가 이 세상 속에서 십자가를 지셨겠는가”라며 이 세상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가야 할 것을 역설했다.

이어 김 박사는 “장공은 하나님의 속량 활동의 방향이 이 세상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기독교가 역사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고 그 책임은 하나님 나라를 현실화 하는 일이라고 했다”면서“장공은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가 기독교의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교회의 실제 과제라고 보고 그 과제를 이뤄 가는 최우선의 지점을 고통이 집중된 민중현실에서 찾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공은 교회가 자기 충족감에 배부른 중산층의 교회가 되어 노동자층에게는 완전히 이방이 되었다고 비판하며 결단을 촉구했었다.

김 박사는 마지막으로 “장공은 81세 때 미래역사의 주역은 민중이라고 말하면서 민중 속으로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면서“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현실화 할 책임과 의무를 느끼는 신앙인이 등장하고, 인간이 하나님 형상이라는 것을 믿기에 인간이 짓밟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을 증거하는 일”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장공은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 건설을 교회의 의무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위해 교회가 전투야영이요, 세상의 무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진리행동을 가능케 하는 이 비전은 기독교가 꿈꿔온 가장 궁극적인 이상으로 그것은 예수의 하나님의 나라 비전이자, 초대교회가 꿈꾼 새 하늘 새 땅의 비전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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