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의 공개대담. 8일, 합정동 양화진문화원. ⓒ양화진문화원 |
8일 합정동 양화진문화원(원장 오종희, 명예원장 이어령)에서 화제의 대담이 열렸다. 한국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리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76)과 영성의 대가 이재철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61)가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라는 제목 하에 공개 대담을 나눈 것이다. 이들은 ‘삶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밤 8시부터 10시경까지 대화를 나눴고 이를 800여 명의 관중이 경청했다. 양화진문화원에 따르면 800명 중 절반이 100주년기념교회 교인이고 나머지는 타 교회 교인이거나 비기독교인이다.
양화진문화원은 어떻게 밤늦은 시간에 400명을 자발적으로 오게 했을까. 우선 ‘이어령’이라는 이름 자체에 메리트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령은 국내 유력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떨쳐 왔고, 초대 문화부장관과 대학교수, 저술가로 활동하며 한국사회 각계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 그가 2007년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자 한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이재철 목사의 '신선한' 이미지도 관중들을 끌어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담임하는 100주년기념교회는 다른 교회로부터 수평이동한 교인들이 많은 곳이다. 이들 중 다수는 이재철 목사의 설교, 강해에 매료되어 온 사람들로, 이들은 이 목사의 설교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재철 목사는 1974년 홍성통상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경영인으로 활동하다 위기를 겪고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 장신대를 거쳐 1988년 주님의교회를 개척했다. 10년 뒤 그는 개척 초기의 약속대로 임기가 끝나자마자 사임하여 '깨끗한 목회자'란 이미지를 남겼다. 그의 책 <청년아, 울더라도 뿌려야 한다>는 출간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독교 스테디셀러로 청년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주제가 까다롭지 않고 쉬웠던 것도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총 8회에 걸쳐 진행되는 대담의 주제는 △삶·가족 △교육 △사회 △문화 △정치․경제․국제 △신앙 △청년 △미래다.
8일 대담에서 이어령과 이재철은 대담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각각 '지성'과 '영성'의 시각에서 발언했다. 사회자(김종찬 전 KBS 집중토론 사회자)가 '삶이 뭔가'라고 묻자 이어령 박사는 "삶은 앎과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 없고 실제 살아봐야 삶을 아는 것"이라고 대답했고, 이재철 목사는 "삶을 알려면 그 반대의 것인 죽음이 뭔지를 알아야 한다. 죽음을 깨달은 인간은 생명이신 하나님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냐'고 묻자 이어령 박사는 "그걸 예술가가 대답할 수 없다. 예술가의 역할은 질문하는 거고, 답하는 일은 (이재철 목사를 가리키며) 이쪽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빛과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게 지성이라면, 영성은 그 둘을 딱 대비시켜서 뭐가 빛이고 어둠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러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러고보면 이재철 목사님은 그걸 넘어서셨죠"라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이재철 목사는 "바로 산다는 것의 기준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에 맞게 사느냐다.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은 최고의 인생사용설명서다"고 말했다.
두 명은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의 중요성과 결혼, 이혼에 대해서도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령 박사가 지적이면서도 익살맞은 내용으로 대담에 리듬을 불어 넣었다면, 이재철 목사는 쉬우면서도 명쾌한 기독교적 내용으로 대담의 주 멜로디를 만들어나갔다.
두 사람의 공개 대담은 12월까지 매월 1회(8월 제외) 열릴 예정이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대담이라는 새로운 기독교 문화에 한국 기독교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