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시국에 있는 가톨릭 교회의 본산 성베드로 성당. 가톨릭은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잇따르고 있는 성추행 스캔들로 인한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wikipedia.org |
가톨릭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 피해자들이 올해 "종교개혁 기념일(10월 31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초청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교황이 이 만연한 스캔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수천 명의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대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고 예고했다.
이 행사는 2008년 봄 미국을 방문한 베네딕토 교황과 만남을 가졌던 두 명의 피해자 버니 맥다이드(Bernie McDaid)와 올랜 혼(Olan Horne)에 의해 마련되었고, 그들은 이러한 난관에 관하여 "불길로 뛰어들어야"한다고 말했던 교황이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다이드와 혼은 올해 10월 31일 5만 명이 모이는 성 베드로 광장의 연단에서 각지의 가톨릭교회와 교구를 대상으로 정기감사를 시행하는 것을 포함하여, 아동 성추행 피행자에 대한 지원, 사제 임명 전 적격심사, 교회 정책 수립에 있어서 성폭행 피해자의 참여를 주장할 계획이다.
맥다이드와 혼은 준비한 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전 세계의 (가톨릭 교회 사제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당했던 아이들이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은 세상이 더 이상 이 문제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은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것이며,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행사는, 가톨릭교회가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 성난 언론과의 싸움에 휩쓸리는 와중에 공표되었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아동 성추행과 관련된 스캔들과 그에 대한 반발은 (가톨릭교회의) '엄청난 실패'로 불리고 있다.
화요일, 바티칸의 고위 관리는 언론의 부정적 보도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 반대하는 반가톨릭 운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훌리안 헤란츠(Julian Herranz) 스페인 추기경은 바티칸 라디오 방송에서 "교황은 남자와 여자의 결혼을 바탕으로 한 가정과 생명을 지지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전혀 다른 아젠다를 설정하려는 강력한 로비가 있다"고 말했다.
지오반니 라졸로(Giovanni Lajolo) 이탈리아 추기경도 사제들을 공격하는데 대하여 "교황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고 덧붙이며, 가톨릭교회 혐오주의자들의 반대운동 전개를 공공연히 비난했다.
이러한 언급은 지난주 라니에로 칸탈라메사(Raniero Cantalamessa) 신부가 가톨릭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이들은 반 유대주의자 만큼이나 나쁘다고 발언한 바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칸탈라메사 신부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내가 무심코 유대인들과 소아성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의 감정에 상처를 입혔다면, 거기에 대해 나는 진지하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아동 성추행 스캔들은 또한 사제가 독신이어야 한다는 가톨릭교회의 요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년 동안 예수회 사제로 헌신했던 다미앙 쌔쓴(Damian Sassin)은 BBC에서 자신은 가톨릭교회의 독신서약이 이슈가 되기 전부터 (독신서약이) 현재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한 원인이라고 믿으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사제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미앙은 "잠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는 이 (독신 사제의) 길을 걸으며 행복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없으리라 생각했고, 꽤 많은 사제들이 그렇게(독신 사제로 사는 것)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며 점점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말하며, 숨죽여 지내는 수많은 유럽의 사제들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 스캔들이 독신서약 개정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독신서약은 이행이 가능하며, 독신서약 개정에 대한 논란이 (아동성추행)범죄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정신과의사 만프레드 루에츠(Manfred Luetz)는 BBC에서 "범죄자들은 항상 '우리는 지은 죄가 없고, 사회에 죄가 있다. 또한 죄는 교회에 있으며, 우리가 아니라 독선서약이 문제다'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런 (책임)회피 전략의 협력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한편, 과거 성가대와 가톨릭학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는 독일 가톨릭교회는 성추행 핫라인을 개설해, 3월 30일 개통한 이후 현재까지 약 2,700통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전화를 건 이들의 대부분은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들이거나 피해자와 관계된 이들이고, 정신과의사나 그 밖의 전문가들과의 상담은 10 분 이내로부터 한 시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고 한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슈테판 크로넨버그(Stephan Kronenburg)는 AP에 "핫라인은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전화 상담을 통해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상담해주어야 할지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