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미국에서도 아동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이 결성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큰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영국 성공회의 수장 로완 윌리엄스의 비난 발언으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는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문 문제에 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달 20일 친서로 사죄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미국 방문 시에 있었던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한 구두 사과보다 강도 높은 조치로 평가되나,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의 성추행 피해자들은 교황 서신에 해당 사제의 해임 여부 등 실질적인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베네딕토 교황 자신도 독일 뮌헨 대주교로 재직 시 아동 성추행 혐의가 있는 사제를 다른 곳으로 보내어 사실상 사제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교황의 형인 게오르그 라칭어(George Ratzinger) 신부가 이끌던 바이에른 주 레겐스부르크 소년성가대에서도 아동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바티칸은 페데리코 롬바르디(Federico Lombardi) 교황청 대변인을 통해 교황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며, 교황이 소아성애 가톨릭 사제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과 만날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시 주교들이 따라야 할 교회법 절차를 담은 신자용 가이드를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사제에 의한 아동 성추행 문제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서 가톨릭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동 성추행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에 대한 개별적 대응에 그치고 있고, 사제 보호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신서약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톨릭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