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 신학부)가 한국의 신학이 “이데올로기적 천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신학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그는 한국신학재단(이사장 장현승)이 창립을 기념하며 4월 9-10일 감신대에서 연 학술대회 ‘한국 신학의 가능성과 전망’에서 발제를 통해 한국 신학계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차정식 교수 ⓒ베리타스DB |
“정치적으로 강박되어 천편일률적인 결론”
차 교수는 한국의 신학이 정치 진영의 논리에 강박되어 “천편일률적인 결론으로 귀착되거나,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이데올로기적 천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의 내용이 보수신학, 신정통신학, 자유신학과 같은 카테고리에 갇혀 “뻔한 결론을 추인하는 동어반복적 재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풍토가 생기게 된 배경은 신학자들이 ‘교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도전정신과 소통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신학자들이 자신의 태생적 배경과 기원을 넘어 새로운 신학의 풍경을 개척해보려는 의욕으로 경계의 외연을 더듬는 치열한 신학적 사유가 빈곤하고 그 모험에 굼뜨다”고 말했다.
“서구신학 의존도 너무 높아”
다음으로 차 교수는 서구신학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 신학자들이 펴낸 논문과 저서는 “서양의 신학자들이 펴낸 원전에 대한 예찬 어린 평가를 끊임 없이 반복하고 있다.”
그 대상이 되는 신학자들도 거의 한정되어 있어, “가령 복음서의 예수와 서신서의 바울을 필두로 고대의 교부들이 남긴 글들 가운데 어거스틴이 한 정점을 이룬다면, 그 이후로는 토마스 아퀴나스, 루터, 칼뱅, 웨슬리, 슐라이어마허, 바르트, 불트만, 본회퍼, 틸리히 등이 그 대종을 이룬다.” 기독교교육학이나 상담학, 예배/설교학 등의 영역에서도 대가로 여겨지는 인물들의 사상이 담론 형성의 주를 이룬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의존의 강도가 워낙 심하여 마치 그들이 신학담론의 주체로 여겨질 정도”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비문과 오문…글쓰기 수준도 문제”
신학자들의 ‘글쓰기’ 수준도 문제 삼았다. 많은 신학자들이 “글쓰기에 사상의 아우라를 담고자 하는 ‘글쓰기의 건축미학적 차원’에 감감하다”며 “(이로써) 양산되는 수많은 비문과 오문의 일그러진 세계는 교정의 노동을 불가피하게 하지만, 많은 경우 교정이 아예 불가능한 파행의 굴절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외국어와 한자어를 수반하는 빈번한 괄호처리도 의미소통상 굳이 필요 없는 군더더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신학자들의 ‘심리적 불안 구조’를 반영한다고 보고, “신학하는 현장의 언어를 발화하는 구조적 터전이 약한 나머지 모종의 심리적 불안과 함께 담론을 전유하려는 문체의 계발을 꺼려하는 탓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