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WCC, ‘죄에서의 구원’이라는 전통적 복음 경시해”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대토론회’ 열려

‘WCC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주제로 보수·진보 신학자들이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이 마련됐다. 신학자들은 △기독론과 구원론 △교회론 △선교, 사회윤리 등의 관점에서 WCC의 신학적 입장을 평가했다.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 주최로 26일 오후 2시 30분 감신대 웨슬리채플에서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 및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심창섭 교수(감신대),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대학원 초대원장), 이형기 명예교수(장신대), 김상복 박사(세계복음주의연맹(WEA) 회장),채수일 교수(한신대 총장),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등이었다.

  ▲26일 오후 2시 감신대 웨슬리 채플실에서 NCCK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주최하는 ‘에큐메니컬 신학에 대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교회론과 선교, 사회윤리적 차원에서 WCC의 신학적 입장이나 활동들에 대해 이들은 견해차를 좁히는 듯 하였으나 기독론과 구원론에 있어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기독론과 구원론과 관련해 먼저 발제를 한 심창섭 교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사역, 곧 창조와 구속과 화해는 피조물 중 인간에게만 제한될 수 없다"며 "하나님의 구원사역은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또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인간 중심의 구속사 신학을 벗어나 창조신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창조신학은 위장된 자연신학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복음을 선포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의 신학이다"라고 강조했다. 개인, 교회와 함께 세계 전체를 구원, 해방의 대상으로 삼는 WCC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설명한 것.

그러나 김영한 박사는 이러한 WCC의 구원론을 여러 각도에서 비판했다. 김 박사는 WCC가 "죄에서의 구원"이라는 전통적 복음을 "가난에서 해방"이라는 사회적 복음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WCC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대해 "이것은 전통적인 영혼 구원 보다는 가난과 불의에서의 인간 해방에 가깝다"며 "또 이것은 이분법적 사회 분석 이데올로기를 적용한 결과"라고도 했다. 이에 덧붙여, "WCC는 가난한 자들이 ‘불의한 정치적 분배의 희생자들’이며, ‘부자가 된다는 것은 천국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WCC의 이분법적 사회 분석에는 중산층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또 복음전도 이해의 편파성도 꼬집었다. WCC의 복음전도란 가난한 자를 위한 사회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1982년에 발표된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컬 확언'이란 문서를 언급한 그는 "이 문서에 의하면 복음전파에서 구원이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구조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원주의 구원론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김 박사는 1990년 1월 15일 개신교, 정교회, 가톨릭교회 대표가 1주간의 논의 끝에 채택한 ‘바르 선언문’이 다원주의 구원론을 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다른 종교 전통을 가진 남녀 종교인들 속에서 구원의 신비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종교 간의 대화에서 그들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자세를 정해준다"(바르 선언문 中) 김 박사는 이 선언문을 두고, "WCC는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론을 견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장선 상에서 다원주의적 그리스도관도 문제 삼았다. 김 박사는 "WCC는 예수가 구주임을 믿지만 유일한 구주라는 확신은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죄를 대속하신 구주이며, 우리가 인격적으로 결단해서 구조로 받아들인다는 신앙 고백이 없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복음주의 진영의 신학자들은 WCC에 대해 △가시적 연합 활동에 집착하지 말 것 △WCC 총회 시 (종교)혼합주의 행사를 배제할 것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WCC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려는 진보 신학자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이형기 교수는 WCC 탄생 초기를 들어 ‘사회 복음’만큼 ‘복음 전도’도 중요하게 여겼다고 했으며 채수일 교수는 "에큐메니컬 신학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며 "과거 몇십년 전 모습을 잣대로, 지금의 WCC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했다.

채 교수는 특히 "어떤 신학도 그 신학을 탄생시킨 시대적 상황과 무관할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신학은 에큐메니컬 하다고 할 수 있다"며 "창조 세계와 대화하시는 하나님 자신이 에큐메니컬 신학의 전거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학은 본질적으로 에큐메니컬 하든지 아니면 그리스도교 신학의 전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WCC에 대한 복음주의·에큐메니컬 신학자들의 견해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이날 채플실은 텅비어 있었다. WCC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 앞서 WCC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함을 보여준 세미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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