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최윤배 교수(조직신학)가 “깔뱅(Jean Calvin, 1509-1564)은 반과학적이지 않았다”고 새 논문 <깔뱅의 과학 이해>에서 주장했다. 최 교수는 “깔뱅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비판했다는 근거로부터 깔뱅은 반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었다”며 그러나 깔뱅이 코페르니쿠스를 비판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설령 비판했다고 해도 “그것이 깔뱅의 반과학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Jean Calvin |
“깔뱅이 코페르니쿠스 비판했다고 해도 그것은 당시의 ‘과학’을 따른 것일 뿐”
최 교수는 천동설이 당시의 ‘과학적 정설’이라는 데 주목했다. 깔뱅이 천동설을 지지하고 지동설을 배척했다고 해도 “그것은 깔뱅이 반과학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과학을 지지하였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깔뱅이 “중세의 천문학과 과학에 근거하여 지동설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또 “깔뱅이 지동설을 비판한 것은 그가 천문학을 포함한 과학 자체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과학이론들 중에서 자연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과학이론을 비판한 셈”이라며 오히려 깔뱅은 “자연과학의 업적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깔뱅이 코페르니쿠스를 단도직입적으로 비판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깔뱅이 ‘누가 감히 코페르니쿠스의 권위를 성령의 권위 위에 두려 한다는 말인가?’라고 발언하였다는 내용을 앤드류 D. 화이트(1832-1918, 미국 코넬대 초대총장)가 그의 저서 <신학과 싸운 과학의 전쟁역사>에 삽입하였는데, “깔뱅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근거를 깔뱅의 저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의 깔뱅 비판은 이후에 러셀(B. Russel), 토마스 쿤(T. S. Kuhn) 등에 의해 깔뱅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최윤배 교수는 “깔뱅이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였든 하지 않았든, 그것은 깔뱅이 과학적이었는지 반과학적이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깔뱅의 과학 이해 : “성서와 독립 관계 혹은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
그렇다면 깔뱅은 과학과 성서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독립 관계 또는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로 이해했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깔뱅의 <창세기 주석>에서 그러한 이해를 엿볼 수 있는데, 창세기 1장 16절 주석에서 깔뱅은 천문학이 “하나님의 경탄할만한 지혜를 포함하고 있다”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아울러 천문학자들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이런 학문(천문학)이 하나님의 경탄할만한 지혜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인되어서는 안 된다. 이 주제에 관하여 유익한 수고를 하는 사람들은(천문학자)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 존경받아야 한다.’(깔뱅의 <창세기 주석> 中).
또 깔뱅이 모세의 천체(天體) 이해와 천문학자들의 천체 이해를 비교한 대목에서도 합리적인 과학 이해를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모세가 ‘행성들과 별들의 위치를 광활한 공간에 위치시킨’ 반면 천문학자들은 ‘별들은 창공 안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가르쳤는데, 이 두 개는 상반된 주장이 아니라, 모세가 그렇게 기록한 이유는 ‘보통 지각을 가지고 태어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문체로 사물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라고 깔뱅은 말하였다는 것이다.
시편주석에서도 깔뱅은 이 같은 견해를 거듭 밝힌다. ‘모세는 태양과 달을 두 큰 빛들이라고 부른다. 다른 행성들이 달보다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의 가시적인 효과 때문에 달은 두 번째로 기술되었다. 성령께서 천문학을 가르칠 의도를 갖지 않으신다…성령께서 비천하고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도록 말씀하시기 보다는 차라리 어린아이처럼 말씀하기를 원하셨다.’(깔뱅의 <시편주석> 中)
최 교수는 깔뱅의 이러한 성서해석 태도가 “성서해석을 위하여 ‘하나님의 적응 사상’을 이용한 것”이라고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를 빌려 말하고, “즉, 하나님의 우리에게 대한 적응의 관점에서 성서를 기록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깔뱅의 과학 이해는 21세기에도 유용”
최 교수는 깔뱅이 반과학적이라고 비판 받는 배경에는 “코페르니쿠스와 그의 이론을 강하게 비판했던 루터와 멜랑흐톤으로부터 비롯된 ‘종교개혁자들은 반과학적이라는 인상’”이 작용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깔뱅은 반과학적이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고, “그의 과학 이해는 21세기에도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 규정이나 과학과 관련된 성서해석을 위하여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